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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Mar 23. 2023

모임에 꼭 끼지 않아도 된다.

동기모임

스무 살.. 각기 다른 친구 열명정도가 모여서 소소하게 시작한 계모임이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보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근 2년간을 만나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후 분기별로 한 번씩 친구들을 보는데, 지난주에 오랜만에 모임이 있어서 나가보았다.

사실. 주말에 내가 뭘 딱히 하는 게 없어서였는지도.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 자리에 가면 스무 살의 패기를 잃지 않는다. 그때의 내가 되어보려 노력해보기도 한다. 주로 하는 대화는 이번에는 애들 대학이야기였다. 사실, 수시기간이나, 정시기간에는 수험생이 있는 집엔 조심스러워서 물어보기도 뭣한.. 그래서 서로 그냥 성적도 애매하고 갈만한 대학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나서 이야길 들어보니 인서울은 아니지만, 국립대 공과대학에 들어간 것.. 하.. 참..

우리 애 이야기를 물어보는데 그냥 보건계열에 갔다고만 했다.

난 인서울이 아니면 대학도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그냥 고루한 사람이다.

아이는 인서울도 생각해 봤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부모인 우리가 자기를 케어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지거국대학을 선택했다.

이제 3월 개강하고 한 일주일을 나가더니,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한다.

아니 이제 겨우 일주일 다녔는데 자기 적성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속이 상해서 그런 이야길 동기들이게 했다. 그랬더니. 본인은 애가 보건계열에 관심이 없어 보내고 싶어도 못 보냈는데 그 정도면 잘 간 거 아니냐? 고..

응.. 그래 그건 네 생각이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내가 알던 예전의 그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누군 고집이 참 세고, 누군 자기 얘기만 하고, 누군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되어 있고, 누군 너무 잘난척하고..

아무튼, 내가 시간을 버리러 왔다.. 는 생각만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반대로 그들이 나를 생각할 때 어쩌면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어느 대학을 갔는지. 누가 어떻게 아픈지..

사실 서로에게 그다지 큰 관심은 없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가 처한 상황과 위치가 달라지다 보니.. 누군 건물 있다고 으스대고, 누군 지금까지도 아픈 데가 없다며 자랑한다.

난.. 그냥 한심 할 뿐이다.


스무 살.. 그때의 친구들이 그리운 건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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