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잔인해진다

나는 나일뿐

by 유진율

한동안은 패딩이 3월과 4월까지 갈 것처럼 살을 후벼 파는 칼바람이 있었다.

물론 그 안에서 동백꽃도 피어나고 목련도 새하얗게 뭉텅이로 피어났으며 일찍 벚꽃도 피어났다.

하.. 완연한 봄이구나.. 햇살이 그렇게 따사로울 때.. 찬바람이 다시 들이닥쳤다.


매서운 바람 속 피어난 꽃들을 보고 있자니.. 겨울과 봄의 지독한 공존을 목격하곤 기이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람들은 어차피 롱패딩은 4월까지 입게 될 것이고 이후 봄은 없이 바로 여름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봄옷과 가을옷은 사실상 입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봄의 전령 트렌치코트도 얇은 아우터들은 그냥 옷장에서 조용히 시들어가는 중이다.

따뜻하단 말이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그 말을 하면 조용히 칼바람이 찾아오는 것이 익숙해진 날씨의 패턴이다.


약속은 했지만 나가고 싶지 않고 시간은 다가오니 억지로 떠밀려 나온 사람처럼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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