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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Nov 11. 2022

갓생러는 되고 싶지 않다.

나 때는 X세대라는 단어로 우리를 모아서 부르곤 했었다.

요즘은 MZ세대라고 하는데 그런 단어들을 보면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인생이 유한하고 역사는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몰아치면서 열심히 살았다..라고 나는 지금 말할 수 있다.

아침일찍부터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고 대학교 셔틀버스까지 세 번, 그렇게 강의를 오후 4시까지 듣고 5시부터 밤 11시까지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았다.


당시엔 시급이 이천 원대라서 그렇게 일해도 내가 받은 돈은 2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였다.

하지만, 그 돈을 쪼개서 동생들 용돈을 주고, 내게 필요한 책, 화장품, 옷들을 가끔씩 사기도 했다.

참 알뜰하게 잘 살았다. 싶은데 이게 바로 갓생러가 아닌가?


갓생.. 갓생.. 하길래 뭔 뜻인가 싶어 찾아보기까지 한 나 자신.

어찌 보면 한번 태어나는 것인데 (물론, 불교에서는 윤회의 신념이 있긴 하지만) 태어난 김에 열심히 사는 이들을 굳이 분류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즘 사회는 적당히 게으른 사람도 용서하는 분위기 같기도 하고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큰 변곡점을 지나는 중 인건 확실하다.

다만, 살면서 뭔가 대단한 업적 하나는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은 여전히 있나 보다.


나는 지금 현재는 갓생을 살고 있진 않다.

하루는 게으르고, 하루는 부지런을 떨기도 하고, 하루는 퍼져있고, 하루는 운동을 열심히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도 인생은 그저 그렇게 다들 비슷하게 돌아간다. 뭔가 정말 역사에 길이남을 대단한 업적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갓생러도 좋지만, 게을러져도 자신을 몰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한번 망가진 몸을 제대로 다시 만들기엔 시간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모든 것들을 잊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내려놓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것들을 내려놓으면 그냥 홀가분해지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데.

요즘의 나는 조금 서러워지려고 한다.


갓생을 산다면.. 좀 느긋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갓생이라는 단어가 너무 싫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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