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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Oct 24. 2022

수면제가 없는 밤은 오지 않을까?

정신과의사는 조언자가 아니다


내가 처음 정신과를 방문했을때. 이렇게 오래 약을 먹게 될줄은 몰랐다. 내 몸의 보일러도 고장이 났지만, 마음도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수면제도 어느정도 먹고 나면 그냥 예전처럼 스르륵 잠이 들수 있을 줄 알았고, 항우울제도 운동하면서 스스로 나를  다독이면 끝날줄 알았다.

하지만, 이 약을 먹게 된게 10년이 넘어가고 병원에 갈때마다 약의 용량은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었다.



시도를 해본다.

몇일간은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잠 들수 있을까?

그래서 약을 먹지 않고 누워있다가 그대로 밤을 새우고 잔것도 아니고 안잔것도 아니고..이상한 꿈을 여러차례 꾸기도 하고, 놀라서 일어나고, 가슴이 두근거려 일어나고,,

'하아..역시 약이 없인 안된다는거지?'



그리고 이건 얼마전에 안 사실인데, 자려고 누웠을때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자다가 놀라서 일어나는건 공황장애 증상이었다.

뭔가 닥칠일도 없는데 막연하게 뭔가가 무섭고 두려운거다.

내가 미처 그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불안해서 놀라면서 깨는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을 잘 수가 없다.

그냥 놀라다가 일어나서 그 마저 더 피곤하기 때문이다.


정신과를 생각하면 주춤거리게 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어쩔수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우울증은 극복 되는게 아니고 증상을 조절하며 살아내야하는 것 같다.




어느날은 설사와 복통 시작으로 거의 6개월간을 구토를 한적이 있다. 그때는 장염이라고 진단받고 장염약을 먹다가 차도가 없어서 결국 입원도 하게 되었다.

입원4일동안 장염이고, 물도 먹으면 토하는 지경이라 금식이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사실, 그땐 뭔가 먹고 싶지도 않았고, 뭘 먹으면 토할거라는 생각때문에 더 먹기도 싫었다.

4일동안 내 기분은 완전 바닥을 쳤고, 같이 입원해있는 나이든 환자의 잔소리, 거동을 못하는 환자의 배변패드의 냄새등으로 더 까칠해져갔다.

그래서 세번정도 병실을 이리저리 옮겨다녔더니. 그게 주치의에게 알려졌는지.내게 확인을 하러 왔다.

그래서 나는 순순히 병실에 있는게 너무 힘들고, 견딜수가 없다고 ..울었다.

그냥 차도도 없고 집에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의사는 그렇게하라고 했고, 나중엔 정신과와 협진을 요청했다.

'이미 정신과는 다니고 있는데요..'

난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뭔가 원인이 있는데 이 병원에서 못찾고 있는건 아닐까?

뭔가 큰 병에 걸린것은 아닐까?각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두군데 병원에서 2주간격으로 받았지만, 결은 아무이상 없다 였다.

근데 나는 배가 계속 아팠고, 구토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에 6번은 넘게 화장실에 간 것 같다.

왜 약을 먹어도 구토는 멈추지 않고 배는 왜 계속아픈거지?

너무너무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연락도 자주 안하던 한 친구에게 그냥 속풀이하듯 내 상황을 말했다.사실 절박하지 않으면 구원요청도 하지 않았을텐데..그땐 왜 그랬는지 그 친구가 떠올랐다.

별 친분도 없는 그 대학동기는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가서 운동을 해보라고 했다.

그 뒤로 그냥 한없이 가라앉은 기분에 만사가 귀찮고 움직이기가 싫었지만 정말 밀린 숙제를 억지로 하는 아이처럼 집을 나서서 한없이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구토도 멈추고 복통도 사라지고 그냥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겪은건 우울증의 신체화 증상 이었다

실제로 고통은 있지만 의학적으론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증상인것이다.

우울증이 극심해지면 그게 신체의 고통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나는 딱히 힘들지 않았지만 내 몸은 아니었던 것이다.

왜 자기몸의 증상에 대해 모르고 있는걸까?

의구심이 들겠지만 신체화증상은 어느날 나도 모르게 시작된다.그래서 두렵다.

한번 시작되면 통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정신과의사들에게 뭔가 멘토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가면 안된다.

물론 아닌 의사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약을 처방하는 의사일뿐이다.

나를 모두 보일 필요도 없다.증상 개선이 되면 나 스스로 병원을 가지않게 되겠지..


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어딜가서도 털어놓지 못하겠다.

내 이야기를 하는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어디까지 내려놓아야할까?

그 마지노선을 재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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