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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Oct 22. 2022

자발적이지 못한 미니멀 라이프

스트레스가 쌓이면 옷을 버린다


며칠 동안 약간의 미열과 그리고 밤새 온몸을 누군가에게 맞은 듯이 쑤시고 아프다.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진통제를 먹고 다시 누웠지만, 너무 아팠다.

남편은 그냥 잠만 잘 뿐 뒤척거리는 내게 관심도 없고, 괜찮냐? 는 말도 없다.



그래,, 네 마음이 변한 걸 어떡하겠니?

그냥 내가 받아들여야지.. 나도 변했으니까.

암 선고?를 받고 나서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머리 감기였다, 하지만 목을 수술해서 인지 말로 설명 못할 불편함이 있었다. 부어오르기도 했고, 내 목의 절반쯤이 잘린 기분이었다.

사람이란 게 자기가 당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아픔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집에 와서 나는 집안에 가득 쌓인 나의 옷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있다.

그냥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거나, 아니면 내가 없어지고 나서 이 많은 것들을 정리하려면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리는 생각..

내게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고 유행도 지난 옷들을 그래도 한 번씩 입어보면서..'에이.. 이건 너무 아니다' 싶어서 과감하게 버려본다.

옷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옷을 샀을 때의 추억, 그 옷을 선물 받았거나 하는 기억. 그 옷에 담긴 의미를 버리지 못해서라고 한다.


옷은 버려지지만, 추억은 기억 속에 남아있으니 그냥 과감하게 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남편이란 수술을 겪으면서 내 보호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루 4시간만 면회가 허용되는데 그 4시간이 지나자마자 칼같이 일어서는 남편을 보고 화가 많이 났었다. 하지만, 환자이니 소리도 못 지르겠고, 병원이니 싸울 수도 없었고.

아무튼 이래저래 남편은 그냥 남의 편이 되었다.



옷장과 리빙박스에 가득히 담긴 옷을 헤쳐가면서 버릴 옷들을 봉지에 가득가득 담았다.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시고 있지만,

그냥 버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그동안 입지도 않을 옷을 참 미련하게 많이 가지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같은 지점에서 버려야 할 것이 또 있다.


지금은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겠지만, 어느 날 확 그냥 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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