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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an 29. 2022

당신에게

나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은 흘러가고 잔잔함만이 남았다. 지나간 것들을 떠올린다. 버겁던 감정, 흘리던 눈물, 몰아쉬던 숨결, 진심을 다해 웃던 순간은 바람처럼 날아갔다. 한낱 바람과 같던 나날들.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던 순간들. 바람이 사라진 후의 흐름 없는 공기는 늘 곁에 머물러있던 것인데도 너무 낯설었다. 외로운 것일까. 지나가는 것에 금세 익숙해진 탓일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것뿐인데, 그 적적함을 외로움이 채운다. 요란하게 흔들리는 마음속에서 피고 지던 감정들을 떠올린다. 


 그 누구 앞에서 이 모든 잡다한 감정을 쏟아붓고는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있을까. 울고 웃던 그 순간들을 말하며 쏟아부으면, 나는 개운하게 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을 퍼다 버리곤 그것들을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입 밖으로 낼 수 있었다.


 아주 어린아이들의 울음에 같이 눈물짓게 되는 것. 해맑은 웃음에 그저 같이 이유 없이 웃을 수 있는 것. 그 여린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을 따라 웃고 울며 부러워할 수 있는 바람을 겪은 이들의 감정은 모순 속에 또 다른 모순을 만든다.


 우리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어른들의 말은 맞고도 틀렸다. 살아가야 한다는 이들의 말을 너무나 맞고 무심할 정도로 틀렸다. 오히려 세상을 모르는 아이들이 말하는 감정이 맞다. 하지만 곧 틀리겠지. 


 산다는 것은 그랬다. 답을 찾아 하늘을 보니 땅을 보라 해 땅을 보고, 또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사람들은 곧이어 하늘을 까먹고 땅조차 보지 않았다. 그들은 두 눈을 통해 세상을 티 없이 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차라리 이 두 눈이 없었다면, 그 진한 어둠 속에서 옅게 보이는 붉은빛으로 낮을 알고 깊은 검은빛으로 밤을 알았겠지. 순간마다 변하는 세상의 향기로 날씨를 보고, 부드러운 촉감으로 사랑을 알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람은 오감이 있어도 그 모두를 쓰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감정에 귀를 닫았고, 아파오는 감정에 무뎌져 아프지 않다 말했다. 알 수 없이 밀려오는 눈물이 두 눈에 차올라도 울 수 없었다. 세상에 피고 지는 무수한 것들을 보지 않았다. 그것이 사는 것일까. 당신은 사는 것이 맞을까. 나는 진정 이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맞을까. 


 그 두 눈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코로는 무슨 냄새들을 맡고 있는지. 말랑한 혀로는 무엇을 뱉어내고 있는지. 문득 차오르는 마음을 곧게 내비칠 수 있는지. 지금 당신이 보고 느끼는 것에 거짓이란 한 점도 없는지. 지금껏 걸어온 걸음이 겨우 걸음을 뗀 아이들보다 선명한 걸음이 맞는지.


 정말로 나의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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