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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호사 Nov 22. 2020

신생아들의 한숨

#인공호흡기 #중환자실에서 #첫 면회

 불안을 야기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환자 주변의 알지 못하는 기계들과 기계음이다.

 한 논문에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아기들의 보호자에게 병원에서 가장 불안감을 일으키는 요인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가장 불안감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환자 주변에 있는, 알지 못하는 기계들과 기계음이라고 대답했다. 중환자실은 이런 알 수 없는 기계들과 그 기계에서 울리는 알람음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난다. 처음 간호사로 근무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도 무서운 선배나 환자에게 시행하는 처치, 주사 같은 것이 아닌 기계소리였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기계음과 알람 소리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퇴근 후 집에 있을 때도 갑자기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났으니 병원에 처음 온 엄마, 아빠들은 더 심하게 느낄 것이다. 이런 많은 기계들 중에서 보호자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인공호흡기이다. 인공호흡기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은데 인공호흡기의 모드(옵션)가 다양하고 판매하는 회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모드들이 다르다. 각각의 모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여 사용하는데 조금 더 자세한 부분은 너무나 어렵고 일반인은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단순히 안마의자도 어깨를 집중적으로 안마해주는 모드, 다리나 허리에 집중하는 모드 등 다양한 선택이 있는 것처럼 인공호흡기라는 기계도 각각의 환자상태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신생아들은
다양한 모니터와 혈액검사로 확인한다.

 미숙아들 또는 호흡이 힘든 신생아들은 태어나서 호흡이 힘들기 때문에 안타깝게 인공기도를 넣고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게 된다. 인공기도를 통한 호흡보조는 아기나 치료하는 의료진 모두에게 어려운 기계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숨쉬기 힘들기 때문에 기도(숨이 들어오고 나오는 길)에 빨대를 꽂고 숨을 불어넣고 내보낸다고 가정해보자. 호흡하기는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호흡보다 더 많이 호흡을 불어넣게 되면 폐가 풍선처럼 뻥하고 터질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적은 양을 주입하면 호흡이 충분하지 않아 호흡곤란을 느낄 것이다. 신생아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기계를 통한 모니터나 혈액 검사로 호흡보조가 적절한지 지속적으로 평가하면서 호흡을 도와주게 된다.







하루하루 크면서 혼자서 숨 쉬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숙아의 엄마가 처음 면회에 와서 아기를 볼 때 갑자기 놀라서 담당 간호사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아기를 담당하는 의사가 "아기가 호흡하는 양상이 좋아서 기도삽관을 제거하고 코로 압력과 산소를 주는 양압환기를 하기로 했어요."라는 말을 듣고 아기의 상태가 좋아졌겠지 하고 기대하며 봤는데 실망하기 부지기수이다.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아기의 상태가 좋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본 아기의 모습은 더 아파 보였기 때문이다. 아기는 비니 같은 모자를 쓰고 양볼에 끈 같은 것으로 코에 무언가를 고정하고 있었다. 지난번 아기의 모습은 입에 빨대 같은 관을 꽂고 있었다면, 지금은 얼굴에 눈이랑 입만 보이고 칭칭 감겨 있는 모습이다. 가끔 예능 혹은 티비프로그램에서 코골이로 인해 코에다 어떤 기계를 적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이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전에는 기도를 통해 폐에 직접적으로 산소를 제공했다면 지금은 코에 강한 압력과 산소를 넣어주고 아기 스스로 호흡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엄마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아기의 얼굴을 덮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처치를 하고 더 심각한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아기들은 처음에는 100%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호흡을 했다면 하루하루 크면서 혼자서 숨 쉬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조금씩 호흡하는 힘을 길러서 코에 압력과 산소를 주는 형태로 더 많이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 물론 기도삽관을 제거하고 스스로 호흡하려 했지만 혼자 숨 쉬다 보니 힘들어서 다시 기도삽관을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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