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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호사 Nov 30. 2020

숨 쉬고, 빨고, 삼키기

#신생아 #수유 #먹고살기 힘들어

앞으로 아프지 않게
돌보는 것이 치료과정이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 입원하는 대부분의 아기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 엄마의 품에 안겨 집으로 퇴원한다. 그러나 1kg 미만의 초극소미숙 아나 여러 가지 선천적인 복합기형과 중증의 질환이 있는 신생아들이 집에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병원마다 퇴원을 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집에서 부모와 함께 충분히 지낼 수 있는 만큼 건강한지가 중요한 기준일 것이다. 최근의 병원들은 입원기간을 짧게 하고 통원치료나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아기를 임신해서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낳으면 산모는 수술한 날을 포함해서 4일째에 퇴원을 하게 된다. 자신의 배를 찢고 아기를 꺼낸후에 이제야 조금 통증이 나아져서 뒤뚱뒤뚱 걸어 다니려고 하니 퇴원을 하라고 한다. 이런 상황 들은 의료수가니 의료정책이니 어려운 관계들이 복잡하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는 퇴원을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기준과 병원에서 생각하는 건강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생아 집중치료실도 마찬가지로 퇴원을 하기 위한 건강에는 신생아가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집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컸는가이다.

 내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른 과와는 다른 신생아과만의 큰 특징이 있다. 보통의 병원에 있는 다른 과들은 환자들이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프기 때문에 오는데, 신생아과는 아파서 온 아기도 있지만 단순히 일찍 태어난 아기도 있다는 것이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아프면 수술을 하고 약을 줘서 치료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단지 어디가 아픈 것이 아니라 일찍 태어난 것은 앞으로 아프지 않게 돌보면서 아기의 성장을 돕는 것이 치료과정인 것이다.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시가가 오는데 그것이 교정주수 34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퇴원하기 위해서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젖병으로 필요한 양만큼 다 먹을 수 있느냐는 중요한 조건이다. 많은 초극소미숙아들은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너무나 작게 태어난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많은 기계들의 도움을 받아 오랜 기간 동안 관을 이용해서 필요한 분유를 먹게 된다. 그렇게 커 가다 보면 어느새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시가가 오는데 그것이 교정주수 34주이다.

일찍 태어난 미숙아들이 언제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일정 시기에 입으로 분유를 먹게 되는 이유는 호흡조절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입은 무언가를 먹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숨을 쉴 때도 사용한다. 그리고 코와 입의 공간은 음식물이 넘어가는 식도와 숨이 지나다니는 기도로 연결되어 있어서 먹을 때는 숨을 잠시 멈추고 어느 정도 먹으면 숨을 쉬어야 한다.

 이러한 조절은 너무 어린 교정주수에는 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연구에서 일찍 분유를 입으로 먹이는 것이 총 입원기간도 줄인다고 하지만 아기들 각각의 질환이 다르고 상태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입으로 먹여야 한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아기의 상태가 젖병 수유가 가능하고 먹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경우에 또는 충분히 큰 경우에는 입으로 먹이는 것을 조심스럽게 시도한다.









 한 번은 출생 주수는 31주 정도였던 1kg이 조금 넘는 아기가 있었는데 그 아기는 처음부터 호흡조절도 잘해서 기도삽관도 하지 않았고 이후 2주일이 지나서 입으로 먹겠다며 열렬히 의사표현을 했다. 어찌나 입으로 먹고 싶어 하던지 밥 먹기 전에 배고프다며 크게 울며 보챘고 노리개 꼭지를 주면 쩝쩝거리며 열심히 빨았다.

 보통은 교정주수 34주에 입으로 분유 먹이는 것을 시도하기 때문에 아기는 아직 33주가 채 되지 않아서 입으로 먹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었다.

 아기의 열정을 회진 때 교수님이 보고선 교정주수 33주이지만 무리하지 않고 5~10cc 정도만 먹여보자고 했었다. 역시나 의욕충만이던 아기는 특별한 호흡곤란 없이 몇 초 안 되는 시간에 10cc를 먹었다. 최종적으로는 같은 주수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퇴원하기도 했다.








 반대로 호흡조절을 못하는 아기들도 있다. 앞에 아기처럼 먹을 수 있다고 열렬히 표현해서 분유를 줬더니 너무나 급하게 먹기만 하고 중간에 숨을 쉬지 않았다.

 아기들은 빨고 삼키는 과정과 숨 쉬는 과정을 균형 있게 해야 하는데 이 작은 아기는 숨은 안 쉬고 먹기만 했던 것이다. 숨이 모자라서 얼굴이 파랗게 변해가는 와중에도 꿋꿋이 먹기만 하는 아이에게 젖병을 떼준 후에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욕심이 많은 아기들은 3번, 5번 횟수를 정하고 그만큼 빨고 나면 꼭지를 떼서 숨을 쉬도록 해주면 된다. 그러나 의욕이 없고 빠는 힘이 약한 아기들은 충분히 입으로 먹어야 하는 나이가 됐음에도 필요한 양만큼 입으로 먹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위관을 병행하여 일부분은 입으로 먹고 남은양은 위관을 통해 먹이거나 구강 재활치료와 부가적인 치료를 한다. 이런 치료를 통해 먹는 것에 대한 자극 반응을 향상하고 먹는데 필요한 근육의 힘을 키운다. 이렇게 아기들에게 단순히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기에게는 정말로 먹고 잘 크기만 해도 충분히 자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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