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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 Feb 24. 2024

헤르만 헤세가 들춘 나의 흑역사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

자기 수양을 위해 종교를 가져보려 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상징으로 가득한 성경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또 한 번은 다른 이유로 실패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교리공부를 마치고 한 명씩 소리내어 하는 기도가 불편하다고, 스스로 내킬 때 하고 싶단 의견을 부주임 신부님께 피력했던 날이 떠올랐다. 낯선 이들 앞에서 자꾸 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내 상황이나 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극히 단편적인 내용으로 나를 판단할까 봐 신경도 쓰인다고 했다. 바주데바가 싯다르타에게 그랬듯, 귀 기울여주시던 부주임 신부님은 내 이야기가 끝나자 나긋이 말씀하셨다.


그들이 나를 판단할 것 같단 생각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나의 판단, 선입견이지 않겠냐는 말씀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나조차 몰랐던 나의 오만함을 들켜버렸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날 이후, 최대한 나에게만 집중하며 기도도 했더랬는데...


그로부터 6~7년 정도 흐른 지금, 싯다르타를 읽으며 나의 오만함이 여전함을 여실히 느꼈다. 내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 쉽게 나와 다른 사람이라 판단하고 금방 벽을 쌓아버리는… 방구석에서 허구한 날 좋은 책 읽어봤자 실천으로 옮길 수 없는 지식만 늘 뿐이다. 삶이라는 바다에 뛰어들어야 함을 알면서도 뛰어들지 못한… 내게도 이 세상의 단일성을 느끼고 빨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까.


>>책사가 한 말

내 안의 부처를 찾아 존중하는 것..

결국은 자존이구나…



그들의 허영심, 탐욕이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존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중략)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며, 그는 그들의 모든 욕정들과 행위들 하나하나에서 바로 생명, 그 생동하는 것, 그 불멸의 것, 범(梵 : 인도 브라만교의 최고 원리로서 세계 창조의 근원)을 보았다. -p.187~188


싯다르타의 내면에서는 도대체 지혜란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 온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서서히 꽃피어났으며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그 무엇이라는 것은 바로 매 순간마다, 삶의 한가운데서 그 단일성의 사상을 생각할 수 있는, 그 단일성을 느끼고 빨아들일 수 있는 영혼의 준비 상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하나의 능력, 하나의 비밀스러운 기술에 다름 아니었다. -p.189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중략)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중략)  모든 중생 개개인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바로 그 생성되고 있는 부처를, 바로 그 부처가 될 가능성을 지닌 부처를, 바로 그 숨어 있는 부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네.-p.205~206


 ‘이 돌멩이는 단지 한 개의 돌멩이일 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며, 그것은 마야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순환적인 변화를 거치는 가운데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그것에도 가치를 부여해 주는 바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였을 거야.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 돌멩이는 돌멩이다. 그것은 또한 짐승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신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그것이 장차 언젠가는 이런 것 또는 저런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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