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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정 Hyunjung Choi Aug 12. 2022

"호수에서 시체가 발견됐다구요?"

극단적 기후변화와 의회의 겸손한 진전 

화곡동 친정집은 천장에서 비가 새서 아버지는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하셨다. 집 뒷산이 무너진 강원도 시댁 동네엔 산사태에 사망한 사람도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발 물난리 뉴스 속에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 주 전역엔 가뭄 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특파원들이 전하는 서울발 폭우, 홍수 소식과는 정반대로 미 동부는 근 한 달째 화씨 10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주 대부분 지역에서 하천의 흐름과 지하수 수위가 평년보다 낮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저수지는 덥고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급격한 감소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뭄 위기 첫 단계 조치로 주 담당자는 주민들에게 잔디와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을 줄이고 세차 같은 비필수적인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다.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가뭄 경보와 함께 주민들의 물 사용 제한 의무화 같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찌는 듯한 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 물마저 못쓰게 될까 봐 쨍한 하늘을 야속해하는 요즘이다. 


드러나는 시신들 


가뭄에 있어선 서부는 동부와는 비교를 거부한다. 그중 라스베이거스 밸리 샘스 타운, 카지노 맞은편엔 새로운 광고판 하나가 등장했다. 


"미드 호수에서 시체를 찾다가 다쳤다고요? 보상 가능!"


지역 법률 사무소에서 내건 이 빌보드는 갑자기 전국 뉴스에 등장한 이 지역 호수를 등장시켜 소비자를 낚는 중이다.    


8월 7일 CNN은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미드 호수에서 또 유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한다. 지난 5월 이후 네 번째다. 1936년 후버댐 건설로 조성된 미드 호수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지역 등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인공 호수다. 최근 유례없는 가뭄으로 조성 이후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부패한 통에서 총상 입은 사체가 나오는가 하면 DNA를 추출하기조차 어려운 오래된 시신들이 발견되는 이유이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에 걸쳐 있는 지리적 특성상 이 지역 갱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측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1980년대 해발 373m까지 올라갔던 이 호수의 수위는 초대형 가뭄이 계속된 올해엔 처음 저수지가 채워지던 30년대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NASA는 이 호수의 수량이 전체 수용량 대비 27%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회 신문 The Hill도 8월 11일 기사에서 미 서부 지역이 최악의 건조한 시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한다. 2000년 경부터 시작된 현재의 가뭄 상황은 남쪽 텍사스에서 북쪽 오레곤까지 서부 모든 지역의 수천만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미드 호수의 경우처럼 수원지가 고갈되는 사태는 물론이고 언제든 정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가뭄 감시국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서부의 6%가 농작물과 목초지의 비정상적인 손실 그리고 전면적인 물 비상사태 같은 "예외적" 가뭄 상태이다. 23%는 "극심한" 가뭄 상태인데 농작물 손실과 빈번한 물 부족으로 당국이 물을 제한하는 "심각" 상태는 26%나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100%가 "비정상적으로 건조"하다. 


"지금의 기후는 우리의 물 사용 방법뿐 아니라 어떻게 물을 확보하고 저장하고 주 전체에 분배할지를 재고하게 합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말 로컬 지도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비와 눈 같은 자연적인 물 공급을 기대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주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였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지만 97.5%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기에 매우 다급하고 중요한 의제였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원들은 지금의 가뭄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 75%라는 연구를 네이쳐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1000년 만의 홍수, 500년 만의 폭우


8월 11일 The Guardian은 매번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국의 여름 홍수에 관한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미국은 1,000년에 한 번, 또는 한 해 0.1%의 확률이라고 하는 홍수를 4번 이상 경험했다."

작년 여름 최고 57도를 기록해 지구 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데스벨리 지역은 지난 8월 5일 세 시간 동안 약 1인치 반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연 강수량의 75%에 해당하는 양으로 '1000년 만의 사건'으로 불린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도로는 물에 잠겼고 자동차들이 떠내려갔다. 폭우에 대비하지 못한 기반시설은 파손됐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미국의 엘로우 스톤의 경우, 올여름 관광객은 40% 감소했는데 이 역시 지난 6월 퍼부운 엄청난 홍수로 공원 안팎의 도로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5일 NPR은 여름 관광객이 줄어 울상인 부근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한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사라졌다면 어느 누가 숙소를 잡고 식당에 가고 래프팅이나 승마를 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인구 900명의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은 홍수 이후 생계가 막막해졌다. 도로 복구는 앞으로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500년 만이라는 대홍수가 미국의 대표적 국립공원 엘로스톤 주민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지난 8월 8일,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회복된 바이든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으로 켄터키주를 방문한다. 기록적인 폭우로 37명의 사망자가 나온 홍수 피해 지역을 영부인과 둘러본 그는 "마음이 아프다"며 집중 호우와 홍수에 대한 비상대응 비용을 연방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들은 더 이상 10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명칭부터 바꿔야 합니다." 


국립대기연구센터에서 극단 기후를 연구하는 프레인 씨는 매번 기록을 경신하는 자연재해를 패턴으로 분석해 대비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석연료의 연소로 지구의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거대한 폭우가 될 수 있는 수증기를 품게 되고 그로 인해 지금과 같은 광범위한 극단적 날씨 패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겸손한 진전' 상원 통과한 기후 법안


지난 일요일 LA 타임스는 의회 야외 계단 구석에 주저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버니 샌더스 의원의 사진을 포스팅했다. 51-50으로 상원에서 의료, 기후, 인플레 관련 법안을 처리한 직후였다. 만면에 웃음을 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가장 왼쪽의 버니 샌더스에서 가장 오른쪽에서 있는 조 만친까지 모두 아울러야 했던 힘든 과정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 샌더스는 MSNBC와 인터뷰에서 '매우 작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법안을 지지할 겁니다. 기후 변화의 위기를 고려할 때, 환경단체들은 이것이 한 걸음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한 걸음 전진한 겁니다."


그의 말대로 매일매일 극단적인 기후 위기를 겪고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은 느리고 답답하지만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우리의 지구가 그 성난 모습을 자제하고 느긋이 우리를 기다려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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