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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정 Hyunjung Choi Jul 19. 2023

"더 이상 안전한 곳은..."

현실이 된 기후 위기

페친이 요 며칠 외국 지인들이 안부를 물어온다고 한다. 괜찮냐고. 피해는 없냐고. 작년 이태원 참사 때처럼 한국 수해 소식이 연일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집중호우로 산사태 발생"

-The weather Channel 7/16/2023

"한국 홍수 후 구조대원들이 지하터널에서 시신 인양"

-월스트리트저널 7/16/2023

"한국 홍수 사망자 수 40명으로 증가, 잘못된 대응으로 비판받는 윤 대통령"

-로이터 7/17/2023


침수된 터널, 깎여나간 산등성이, 건져 올려진 차, 무너진 집들이 익숙한 지명 속 낯선 풍경들 속에 있다. 한국이란 안전한 나라에서 무려 41여 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는 뉴스는 기후 위기에 민감한 이들에겐 불길한 싸인 같아서일 것이다. 


일상화된 공기질 체크


오늘도 아침 뉴스에선 공기질 수치를 말한다. 


"화요일 뉴욕 지역의 AQI는 68로 보통입니다.  이 수치는 한 주 내내 지속될 예정이니 노약자는..."


지난달 초부터 날씨예보에 공기질 지수 AQI(Air Quality Index)가 등장했다. 파란 하늘 본 게 언제인가 싶게 뉴욕 지역의 올여름은 늘 뿌옇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이 원인이다. 자동차로 10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1천 킬로 떨어진 퀘벡 지역의 크고 작은 800여 개의 산불 연기이다. 중부의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콜로라도, 사우스 다코타를 포함해 일리노이, 뉴욕주는 물론이고 남부 플로리다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2500만 에이커, 남한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면적이 두 달 가까이 불타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한국의 소방대원까지 합세했지만 불길은 쉽게 잡힐 것 같진 않다. 


"영화 속 아포칼립스 같아."


최악의 대기질 지수를 기록한 지난 6월 7일, 바깥에 펼쳐진 풍경이 기이했다. 다들 자신이 아는 음울한 장면들을 얘기했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은 탁한 오렌지색 모래에 덮인 듯 답답하고 흐릿했다. 이날 오후 3시 뉴욕의 AQI는 342로 15개 주 5천500만 미국인들에게 경보 문자가 발송됐다. 위험 수준인 300을 훌쩍 넘었던 이 날 뉴욕은 뉴델리를 제치고 세계 최악의 공기 오염을 기록했다. 산불로 인한 초미세연기는 혈관으로 들어가 천식을 포함한 심장 및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에 함유된 오존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이산화질소는 기관지염과 폐렴,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감염 및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팬더믹 때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다들 자발적으로 쓰고 다니는 풍경을 보니 바이러스보다 대기오염이 더 무섭다 싶었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경기, 야외활동은 취소됐고 호흡기 관련 증상 응급실 환자가 세 배 이상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며칠 햇볕을 쐬지 못하니 우울해졌다. 몬타나주 도시들과 오리건, 와이오밍 등도 산불 연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강한 산불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라고 한다. 따뜻하고 건조해진 환경이 토양의 수분을 감소시키며 화재발생을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북동부가 공기질로 인해 고심하고 있을 때, 서부 LA 사는 친구는 더위를 하소연한다. 미국 서남부는 지금 기록적인 폭염과 싸우는 중이라고 했다. 7월 17일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47.2도를 기록한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경우 43도가 넘는 날씨가 19일 연속 계속되고 있다. 역대 최장이다. 에어컨이 고장 난 차를 몰던 운전자의 사망 소식이 있었고 일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뉴스가 이어진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데스벨리의 지난주 최고 기온은 56.9도였다. 세계 기상 기구가 갖고 있던 최고 기록을 육박하는 온도다. 


중국에 간 기후 특사 


이런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두 나라의 대표가 만났다. 16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미국 정부의 기후 특사 존 케리, 한 때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자였던 그는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특사다. 18일 왕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를 말한다. 


"이 만남이 양국 간의 협력과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희망합니다... 앞으로의 기후 변화 예측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케리 특사의 중국 방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은 세 번째 미 고위인사의 방문이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냉각됐던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서 두 장관의 방중이 큰 성과 없이 끝난 것에 비해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두 나라 모두 '기후변화' 같은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케리는 월요일 베이징에서 그의 카운터 파트너 시에 진화와 거의 12시간 동안 미팅을 했다. 왕이 부부장은 두 사람의 노고를 칭찬했고 이것은 좋은 신호로 보인다. 


이들의 만남은 캘리포니아 데스벨리가 56도를, 중국 신장 서부 지역이 52도를 기록한 날에 벌어졌다. 두 나라 모두 기후 위기가 발등의 불이고 해결책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는 소리다. 


캐리특사는 중국이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 구축 작업들을 놀라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더불어 그 노력이 반감되는 메탄과 석탄 배출 억제에 힘써달라는 요청을 했다. 석탄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중국으로선 미국이 자국에 대한 무역제재와 감시 같은 불만이 있지만 서로 차이를 극복하고 공통점을 찾자고 말한다.  


19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을 만난 케리 특사는 중국 관리들과의 회담에 대해 복잡했지만 건설적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두 나라 사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모든 외부 효과에 대해 협력하고 일할 수 있도록 COP(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로 가는 확실한 길을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작업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실현할 수 있는 일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 중 적대적이었던 두 나라가 대화가 기후변화라는 공통의 문제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데스벨리와 신장지역의 이상 폭염이 두 나라 정치인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힌 것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이들


"공포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 장면은 한국에 경종을 울린다. 기후 변화가 이 나라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7월 17일 자 BBC 기사는 수해 현장 이담마을을 직접 방문해 재해를 입어 막막해진 주민들의 상황을 소개한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전달하는데 미 공화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기후변화는 거짓이라는 음모론이나 화석 에너지 기업들의  주장이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의 분위기에 대한 우려이다. 현실이 된 기후 변화로 안타까운 희생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한국 침수 기사를 공유하며 기후 과학자 빌 맥과이어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기후의 붕괴가 가져온 극단적인 날씨의 폭발로부터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 


언론은 지난 6월이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달이라고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기상기구는 그 기록을 정정한다. 지난 7월 첫 주가 가장 더웠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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