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카니예 웨스트가 새 앨범 <Donda>를 발표했다. 10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앨범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를 넘나든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비트는 미묘함과 과장됨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것 같고, 그럼에도 이 호와 불호가 교차하는 음악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누구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기보단 애써서 이해하고 싶어지는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카니예 웨스트는 그야말로 고전적인 의미의 예술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곡은 아니지만 가사가 번역된 곡들을 들으면 이 곡의 의미에 근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첫 트랙 "Donda"는 58회 반복되는 챈트(chant)로, '돈다'가 그의 어머니의 이름이라는 점, 그가 58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 그리고 곡의 비트가 어머니의 마지막 심장박동을 의미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매우 상징적인 인트로가 된다.
이 앨범의 전곡 해석 콘텐츠가 여러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앨범의 맥락이나 의미를 추적하는 대신 이 아티스트가 창작활동을 통해 현재의 음악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크게 3개의 특징부터 나눠보자.
1. 길어진 재생 시간
2. 돈다(Donda)
3. 돈다 스템 플레이어(Donda Stem Player)
4. 크리에이티브 툴과 '음악 사용자'
5. 음악(산업)의 미래는 '참여'에 있다
부록
수록곡은 27곡, 총 재생시간은 1시간 49분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중 가장 길다. 2019년의 <Jesus Is King>은 11곡에 27분이었고, 2018년의 <Ye>도 7곡, 24분이었다. 2016년의 <The Life of Pablo>는 20곡, 1시간 7분이었다. 아무리 길어도 1시간 10분을 넘지는 않았는데 이번 앨범은 2시간에 가까워졌다.
이 러닝타임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이 러닝타임과 비슷하다. 올 8월에 공개된 <키싱부스 3>가 1시간 53분, <베킷>과 <스위트 걸>은 1시간 49분이었다.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로 보통 1시간 54분을 전후로 러닝타임이 결정된다. 넷플릭스는 상징적인 기준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재생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올해 4월에 발매된, 과거 앨범을 재녹음한 <Fearless>는 26곡, 1시간 47분이고, <Evermore> 앨범은 1시간 9분, 그리고 <Forklore>의 롱 폰드 스튜디오 세션 앨범은 무려 34곡에 2시간 15분이다. (디럭스 버전은 17곡, 1시간 7분). 두아 리파의 <Future Nostalgia>는 2020년의 오리지널 버전은 43분이었지만 몇 달 뒤 발매된 <Club Nostalgia>는 1시간 18분, 2021년의 '문라이트 버전'은 1시간 2분이었다.
이렇게 앨범의 재생 시간이 길어지는 건 팬데믹이 아티스트의 창의력을 끝없이 자극해서(?)일까.... 랄 수도 있지만 사실은 끊김없이 재생되는 스트리밍 환경에 최적화되고 자동으로 생성되는 재생목록을 위한 전략에 가깝다.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의 <Donda>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팬데믹이 바꾼 음악적 풍경 중 하나다.
여기서 '돈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앨범의 제목인 '돈다'는 사실 카니예 웨스트가 2000년대 중반부터 어머니의 이름을 붙인 크리에이티브 크루/에이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무라카미 다카시, 버질 아블로 같은 디자이너, 미술가, 음악가, 조각가들이 이 그룹에서 느슨하게 어울렸는데, 다양하고 재능있는 아티스트/크리에이터들과 여러 작업들을 해 온 카니예 웨스트에게 '돈다'라는 이름은 분명 남다른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알다시피 카니예 웨스트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데, 현재 아디다스와 성공적으로 협업한 브랜드인 이지(YEEZY)를 운영 중이다. 나이키, 루이비통, 갭, 지방시 등과 협업을 했고 최근에는 돈다의 리스닝 파티에서 발렌시아가와 함께 하는 모습도 보였다. ('돈다'의 머천다이즈는 발렌시아가가 맡고 있다)
이어서 보기 | 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e412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