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왜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생태계일까?
토비(TOVI)를 알게 된 건 2015년, 메이크어스에 있을 때였다. 당시 '시발낙지' 캐릭터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던 그는 퇴사 후 독립적으로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실험들을 해왔다.
그 중에는 '토비웍스'라는 유튜브 콘텐츠용 템플릿 판매 사이트도 있었는데, D2C 방식의 콘텐츠 홈페이지라 참고 사이트로 저장해뒀다. 어쩌다보니 나는 꽤 긴 시간, 적당한 거리에서 그가 하는 일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가 '코인펫'이라는 이름의 NFT를 제작해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만나기로 했다. NFT를 제작하고, 업로드하고, 판매한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우진: 그러면 일단, 간단히 자기 소개부터 해볼까요?
황보현: 저는... 사실 제가 저를 진짜, 뭐라고 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일단은 '디지털 크리에이터'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작업하고 있는 토비(TOVI)입니다.
차우진: 바로 시작해요. ^^ NFT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에요?
황보현: 올해 초부터, 그러니까 1년도 안 됐어요. 2~3월 쯤에 관심이 생겨서 좀 찾아보다가 시작했어요. 이게 이런 시장이구나, 신기하다 이러면서 그냥 지켜만 봤는데요, 그러다가 SNS를 통해서 기술적인 부분이나 후기를 조금 듣게 되면서 그럼, 용기를 한번 내보자, 그렇게 어렵진 않다니까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차우진: 시작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어요?
황보현: 그전에 제가 토비웍스를 하면서 필요했던 것, 고민했던 것부터 얘기할게요. 토비웍스는 유튜버들한테 템플릿을 판매하는 곳인데, 그들의 편집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기획이나 재미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돕는 콘텐츠 서포터 같은 역할을 지향했거든요. 그러면서 입지가 생겼는데, 기존에 저처럼 템플릿을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던 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 그분들한테 자문을 구하구 그랬어요. 커피 사드리고 맛있는 걸 사드리면서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봤죠. 나이가 비슷해서 편했어요. ^^
그렇게 본격적으로 1천 원짜리 템플릿 판매로 시작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이 뭐였냐면, 재판매나 공유에 대해선 전혀 관리가 안된다는 점이었어요. 디지털 콘텐츠 판매의 맹점이기도 하고요.
근데 NFT는 지갑을 통해서 내 것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고, 그게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해당 파일의 권리를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진짜 재미있던 건 재판매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이었어요. 이게 진짜 대단해요. 창작자들에게 진짜로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차우진: 재판매에 대한 로열티라는 거는 정확히 어떤 거죠?
황보현: 이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2차 로열티 시스템이란 건 제3자가 제 작품을 거래할 때 제가 정해놓은 비율만큼 수수료를 제게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오픈씨(opensea)에서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는데요, 이 콜렉션은 일종의 폴더 같은 걸로 제가 만든 프로젝트를 모아두는 역할을 해요. 그 프로젝트 설정창에 보면 로열티를 적는 난이 있는데,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비율을 적어요. 저는 10%로 설정을 했고요. 그러면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 금액의 10%가 저한테 지급되요.
차우진: 거래 코인은 이더리움이에요?
황보현: 오픈시에서는 여러 개의 코인을 지원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더리움이 선호되고요. 물론 다른 코인에도 장점이 있는데, 사실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많으니까요.
차우진: 그러면은 판매자가 10%로 설정을 해두면, 이론적으로는 첫 거래가 0.02 이더리움으로 거래될 때는 판매금이, 그 다음 0.2로, 2.0으로, 10에서 20, 20에서 100으로 재판매될 때마다 창작자에게 매번 10%의 수수료가 지급된다는 말이네요?
황보현: 그러니까, 전 이게 미친 것 같다는 거에요. ^^; 믿기지가 않았어요. 제가 책을 썼는데 그 책이 팔릴 때 뿐 아니라 중고로 거래될 때에도 인세가 들어오는 셈이니까요. 물론 어느 정도 기준금액을 넘겨야 지급이 되긴 하지만 횟수가 늘면 상관없어지죠.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수익 말고 또 있어요. 자연스럽게 제 브랜딩이 돼요. 처음엔 2차 판매의 로열티가 정말 이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이걸 산 사람도 이득인 거에요.
차우진: 미리 투자하는 개념이니까?
황보현: 지금 제 작업물의 거래 가격이 0.1이더리움이거든요. 근데 저는 처음에 0.02이더리움에 팔았어요. 이미 다섯배가 오른 거죠. 지금 제 컬렉션 중에 0.1 이더리움 이하의 작업물들은 다 판매가 됐어요. 초기에 사신 분들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거죠.
그런데 2차 판매로 수익을 올렸던 콜렉터 분이 트위터로 언제 또 판매할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아직 가격을 정하는 중인데 이전 가격으로는 판매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기존 구매자들 중엔 5배 수익을 올렸으니 제 작품을 또 사겠다는 분도 계시고요. 이런 식으로 콜렉터랑 작가의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구조에서는 커뮤니티도 중요한데, 저는 되게 소규모 프로젝트라서 커뮤니티는 약해요. 하지만 1만개씩 제작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누군가의 취향을 건드리는 작품만으로도 판매가 되고, 그걸 기반으로 콜렉터들의 커뮤니티도 형성되는 것 같아요.
차우진: 커뮤니티는 어떤 식이에요?
황보현: 커뮤니티는 일단 콜렉터의 커뮤니티가 있어요. 그 안에서 저처럼 이제 막 시작한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고, 소개도 되고 실제 판매로도 이어지고요.
차우진: 별개의 플랫폼인 거죠?
황보현: 네 그냥 카톡방일 수도 있고,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일 수도 있고요. 1만 개 정도를 대량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미리 디스코드 같은 곳에서 이벤트를 열거나 콘텐츠로 주목을 시켜요. 사람들을 모아서 공개되기 전에 기대감을 일으키고요.
차우진: 작품이 없는데 일단 사람들부터 모으는 거네요?
황보현: 일부만, 그러니까 해당 프로젝트의 매력적인 요소들, 추구하는 가치 같은 걸 사진이나 영상으로 먼저 보여줘요. 궁금증을 자극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언제 쯤 몇 개가 오픈한다, 이런 정보를 공유하면 실제로 그때 판매가 되는 거죠.
차우진: 텀블벅이나 클래스101 같은 데서 이뤄지는 마케팅이 여기서도 작동하는 것 같네요. 그럼 그런 콜렉터나 작가들은 되게 유명한가요?
황보현: 프로도 있고, 인플루언서도 있어요. 코인업계 쪽에서 유명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분들 중에는 단지 투자자 입장이 아니라 암호화폐, NFT 생태계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실험적인 작품에도 투자하고 그래요.
차우진: 누가 만드는지는 몰라도 작품 자체가 되게 임팩트 있거나 실험적인 경우도 있겠네요.
황보현: 그런데 콜렉터 입장에선 이게 정확히 오리지널인지 아니면 누가 남의 걸 NFT로 만든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요. 누가 남의 작품을 핀터레스트에서 갖고 와서 NFT로 만들어 버려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게 아직은 어려운 문제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이런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하는 부분들이 더 중요해질 것 같기도 해요.
차우진: 그런 경우를 어떻게 막을 수 있죠?
황보현: 제가 코인펫을 30개 짜리 시리즈로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요. 저를 증명하는 거죠. 하나만 만들면 콜렉터들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니까요. 저는 이름도 없고 커리어도 없으니까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내가 아직 영향력은 없지만 이 커리어를 계속 이끌어갈 만한 사람이라는 걸 시리즈를 꾸준하게 만들면서 증명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이제 아, 얘는 그래도 이걸 직접 만들고 계속 해나가겠구나, 라는 믿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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