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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Oct 19. 2021

인터뷰 | NFT 크리에이터 토비(TOVI)

NFT는 왜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생태계일까?

토비(TOVI)를 알게 된 건 2015년, 메이크어스에 있을 때였다. 당시 '시발낙지' 캐릭터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던 그는 퇴사 후 독립적으로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실험들을 해왔다. 

https://youtu.be/yRkLCaQsgmw

그 중에는 '토비웍스'라는 유튜브 콘텐츠용 템플릿 판매 사이트도 있었는데, D2C 방식의 콘텐츠 홈페이지라 참고 사이트로 저장해뒀다. 어쩌다보니 나는 꽤 긴 시간, 적당한 거리에서 그가 하는 일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가 '코인펫'이라는 이름의 NFT를 제작해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만나기로 했다. NFT를 제작하고, 업로드하고, 판매한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우진: 그러면 일단, 간단히 자기 소개부터 해볼까요? 

황보현: 저는... 사실 제가 저를 진짜, 뭐라고 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일단은 '디지털 크리에이터'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작업하고 있는 토비(TOVI)입니다. 


차우진: 바로 시작해요. ^^ NFT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에요?

황보현: 올해 초부터, 그러니까 1년도 안 됐어요. 2~3월 쯤에 관심이 생겨서 좀 찾아보다가 시작했어요. 이게 이런 시장이구나, 신기하다 이러면서 그냥 지켜만 봤는데요, 그러다가 SNS를 통해서 기술적인 부분이나 후기를 조금 듣게 되면서 그럼, 용기를 한번 내보자, 그렇게 어렵진 않다니까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차우진: 시작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어요? 

황보현: 그전에 제가 토비웍스를 하면서 필요했던 것, 고민했던 것부터 얘기할게요. 토비웍스는 유튜버들한테 템플릿을 판매하는 곳인데, 그들의 편집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기획이나 재미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돕는 콘텐츠 서포터 같은 역할을 지향했거든요. 그러면서 입지가 생겼는데, 기존에 저처럼 템플릿을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던 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 그분들한테 자문을 구하구 그랬어요. 커피 사드리고 맛있는 걸 사드리면서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봤죠. 나이가 비슷해서 편했어요. ^^

그렇게 본격적으로 1천 원짜리 템플릿 판매로 시작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이 뭐였냐면, 재판매나 공유에 대해선 전혀 관리가 안된다는 점이었어요. 디지털 콘텐츠 판매의 맹점이기도 하고요.

근데 NFT는 지갑을 통해서 내 것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고, 그게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해당 파일의 권리를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진짜 재미있던 건 재판매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이었어요. 이게 진짜 대단해요. 창작자들에게 진짜로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1. '재판매 로열티'라는 신세계


차우진: 재판매에 대한 로열티라는 거는 정확히 어떤 거죠?

황보현: 이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2차 로열티 시스템이란 건 제3자가 제 작품을 거래할 때 제가 정해놓은 비율만큼 수수료를 제게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오픈씨(opensea)에서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는데요, 이 콜렉션은 일종의 폴더 같은 걸로 제가 만든 프로젝트를 모아두는 역할을 해요. 그 프로젝트 설정창에 보면 로열티를 적는 난이 있는데,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비율을 적어요. 저는 10%로 설정을 했고요. 그러면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 금액의 10%가 저한테 지급되요. 


차우진: 거래 코인은 이더리움이에요? 

황보현: 오픈시에서는 여러 개의 코인을 지원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더리움이 선호되고요. 물론 다른 코인에도 장점이 있는데, 사실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많으니까요. 


차우진: 그러면은 판매자가 10%로 설정을 해두면, 이론적으로는 첫 거래가 0.02 이더리움으로 거래될 때는 판매금이, 그 다음 0.2로2.0으로, 10에서 20, 20에서 100으로 재판매될 때마다 창작자에게 매번 10%의 수수료가 지급된다는 말이네요?   

황보현: 그러니까, 전 이게 미친 것 같다는 거에요. ^^; 믿기지가 않았어요. 제가 책을 썼는데 그 책이 팔릴 때 뿐 아니라 중고로 거래될 때에도 인세가 들어오는 셈이니까요. 물론 어느 정도 기준금액을 넘겨야 지급이 되긴 하지만 횟수가 늘면 상관없어지죠.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수익 말고 또 있어요. 자연스럽게 제 브랜딩이 돼요. 처음엔 2차 판매의 로열티가 정말 이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이걸 산 사람도 이득인 거에요. 


차우진: 미리 투자하는 개념이니까?

황보현: 지금 제 작업물의 거래 가격이 0.1이더리움이거든요. 근데 저는 처음에 0.02이더리움에 팔았어요. 이미 다섯배가 오른 거죠. 지금 제 컬렉션 중에 0.1 이더리움 이하의 작업물들은 다 판매가 됐어요. 초기에 사신 분들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거죠.

그런데 2차 판매로 수익을 올렸던 콜렉터 분이 트위터로 언제 또 판매할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아직 가격을 정하는 중인데 이전 가격으로는 판매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기존 구매자들 중엔 5배 수익을 올렸으니 제 작품을 또 사겠다는 분도 계시고요. 이런 식으로 콜렉터랑 작가의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구조에서는 커뮤니티도 중요한데, 저는 되게 소규모 프로젝트라서 커뮤니티는 약해요. 하지만 1만개씩 제작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누군가의 취향을 건드리는 작품만으로도 판매가 되고, 그걸 기반으로 콜렉터들의 커뮤니티도 형성되는 것 같아요. 


차우진: 커뮤니티는 어떤 식이에요?

황보현: 커뮤니티는 일단 콜렉터의 커뮤니티가 있어요. 그 안에서 저처럼 이제 막 시작한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고, 소개도 되고 실제 판매로도 이어지고요. 


차우진: 별개의 플랫폼인 거죠? 

황보현: 네 그냥 카톡방일 수도 있고,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일 수도 있고요. 1만 개 정도를 대량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미리 디스코드 같은 곳에서 이벤트를 열거나 콘텐츠로 주목을 시켜요. 사람들을 모아서 공개되기 전에 기대감을 일으키고요. 


차우진: 작품이 없는데 일단 사람들부터 모으는 거네요?

황보현: 일부만, 그러니까 해당 프로젝트의 매력적인 요소들, 추구하는 가치 같은 걸 사진이나 영상으로 먼저 보여줘요. 궁금증을 자극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언제 쯤 몇 개가 오픈한다, 이런 정보를 공유하면 실제로 그때 판매가 되는 거죠. 


차우진: 텀블벅이나 클래스101 같은 데서 이뤄지는 마케팅이 여기서도 작동하는 것 같네요. 그럼 그런 콜렉터나 작가들은 되게 유명한가요?

황보현: 프로도 있고, 인플루언서도 있어요. 코인업계 쪽에서 유명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분들 중에는 단지 투자자 입장이 아니라 암호화폐, NFT 생태계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실험적인 작품에도 투자하고 그래요. 


차우진: 누가 만드는지는 몰라도 작품 자체가 되게 임팩트 있거나 실험적인 경우도 있겠네요. 

황보현: 그런데 콜렉터 입장에선 이게 정확히 오리지널인지 아니면 누가 남의 걸 NFT로 만든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요. 누가 남의 작품을 핀터레스트에서 갖고 와서 NFT로 만들어 버려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게 아직은 어려운 문제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이런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하는 부분들이 더 중요해질 것 같기도 해요.


차우진: 그런 경우를 어떻게 막을 수 있죠?

황보현: 제가 코인펫을 30개 짜리 시리즈로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요. 저를 증명하는 거죠. 하나만 만들면 콜렉터들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니까요. 저는 이름도 없고 커리어도 없으니까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내가 아직 영향력은 없지만 이 커리어를 계속 이끌어갈 만한 사람이라는 걸 시리즈를 꾸준하게 만들면서 증명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이제 아, 얘는 그래도 이걸 직접 만들고 계속 해나가겠구나, 라는 믿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2. 크리에이터와 콜렉터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3. 수익보다 중요한 것


더 읽기: 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a6f5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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