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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3. 2024

영화: 야마구치 구미 외전, 규슈 진공 작전

포악하기 짝이 없었던 규슈의 실존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 개요


1960년대 일본에서는 야쿠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이 되면서 사람들이 야쿠자 영화에 식상하기 시작하였고, 그 대신 등장한 것이 에로 영화였다. “도에이 포르노”, “닛카츠 로망 포르노“ 등 에로 영화가 범람하는 가운데 1970년대에도 야쿠자 영화가 적지 않게 제작되었다. 그러다가 1973년 <인의 없는 전쟁>(仁義なき戦い)가 대히트를 치면서 다시 야쿠자 영화의 제작이 늘어났다.


1960년의 야쿠자 영화와의 차이는 이전에는 대부분 가공의 이야기였지만, 1970년대는 실존하였던 야쿠자나 그들 간의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늘어났다. <인의 없는 전쟁>(仁義なき戦い)은 야쿠자들 간의 항쟁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끌고 나갔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야마구치 구미 외전, 규슈 진공 작전>(山口組外傳 九州進攻作戦)도 실존하였던 규슈의 야쿠자 히라오카 구니히토(平尾国人)를 모델로 하는 작품으로서, 1974년에 제작되었다. <인의 없는 전쟁>에 이어 같은 해 <야마구치 구미 3대째>(山口組三代目)가 대히트를 치고, 야마구치 구미의 전국 진공은 실록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었기 때문에 이를 제목으로 하는 영화가 속속 제작되었다. 이 가운데 야마구치 구미의 최선봉으로서 서일본을 무대로 날뛰었던 전설적인 야쿠자 야사쿠라 긴지(夜桜銀次, 본명은 히라오카 구니히토)를 모델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작품이다.


■ 야마구치 구미(山口組)에 대하여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야마구치 구미(山口組)는 일본 최대의 폭력조직이다. 야마구치 구미는 일본의 코베시(神戸市)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1명의 조장(두목)과 수 명의 사제(舎弟, 오야붕의 동생급), 그리고 수십 명의 와카나(若中, 꼬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와카나카는 각각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야마구치 구미의 총 조직원 수는 한 때는 2만 명에 이른다는 도 있었는데, 2020년 시점에서는 약 8,1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계열조직을 두고 있다. 야마구치 구미는 일본 국가공안위원회에 의해 주요 폭력단으로 지정되어 있다.  


2014년 미국의 경제지 포츈의 조사에 따르면 야마구치 구미의 수익은 연간 66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수익 규모는 러시아 마피아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이탈리아 마피아가운데 최대조직인 카모라의 수입을 능가하는 규모라 한다.


■ 줄거리


야사쿠라 긴지(夜桜銀次)라는 별명을 가진 히라오 쿠니히토(平尾国人)는 이시노 구미(石野組)의 조장(두목)인 이시노 이치로(石野一郎)와 형제의 연을 맺었다. 1957년 규슈의 벳부시(別府市)에서 열린 박람회 시설의 이권을 둘러싸고 신흥 이시노 구미와 구세력인 사카구치 구미(坂口組)가 대립하였다.


긴지는 이시노가 사카구치 구미의 저격을 받아 중상을 입자, 사가구치 구미 간부를 살해한 후 내연의 처인 후사코를 데리고 규슈를 벗어나 오사카의 야나가와 구미(柳川組)의 조장 다이도 다케시(大東武司)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빠칭코 점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던 양아치 신조를 거두어 보살펴주기 시작하였다.


이시노는 코베 효도 구미(兵藤組)의 조장 다오카 카즈오(田岡一雄) 밑으로 들어가 중간 간부가 되어 그의 힘을 빌어 북규슈 제패를 도모하였다. 그러나 효도 구미의 다른 간부들에게 저자세를 취하는 이시노를 본 긴지는 이시노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쾌하게 생각하였다.  

급속히 세력을 확대해 온 모토 다츠후미(元達文)가 이끄는 오사카 쌍룡연합회는 오사카 시내 모든 곳에 포악하기 짝이 없는 행패를 부렸으며, 급기야는 클럽에서 놀고 있는 다오카 카즈오에게 싸움을 걸어와 효토 구미와 쌍룡회는 정면 대립하게 되었다.


효고 구미의 계열의 야나가와 구미, 이시노 구미를 비롯한 여러 곳 조직의 정예 조직원들이 비밀리에 오사카에 집결하였다. 그때 소식이 끊어져 있던 긴지가 나타나 야수와 같이 쌍룡회의 조직원들을 쓰러트렸다. 이 결과 효고 구미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고, 쌍룡회의 두목 모토 다츠후미는 완전 항복하였다.


경찰의 눈을 피해 긴지는 규슈의 하카타(博多)의 효토 구미 중간 두목 우미즈 겐조(海津健三)에게 몸을 의탁한다. 후쿠오카에서도 긴지는 미친 듯 날뛴다. 시카다니 구미(鹿谷組)의 두목의 정부인 요코를 빼앗은 데다 온후한 성품을 가진 다카스 구미의 두목 다카스 유조(高須有三)가 뒤를 봐주고 있는 운수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게다가 시카다니 구미가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모욕을 당한 긴지는 도박장에서 미쳐 날뛰었다.

이러한 긴지의 난동에 공포를 느낀 시카다니는 가와시마 구미의 두목에게 도움을 청한다. 후쿠오카 시가 일촉즉발의 공기가 휩싸인 가운데 긴지는 요코와 함께 여행에 나선다. 그러다가 규슈의 작은 도시 구루메(久留米)에서 요나다 구미(米田組)가 쏜 총알을 맞고 즉사한다. 이를 계기로 사상최대규모라고 일컬어지는 효도구미 규슈 침공작전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 약간의 감상평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야사쿠라 긴지는 흉폭하기 짝이 없는 야쿠자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닥치는 대로 총질을 하여 사람을 죽이는 흉악무비한 악당이다. 가히 야쿠자 세계에서의 영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긴지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규슈 야쿠자들 가운데서는 긴지는 고만고만한 조무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하였는데, 영화가 상영된 후 몇몇 규슈 야쿠자 중간 간부들이 감독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들은 별 볼 일도 없던 조무래기 양아치를 아주 대단한 야쿠자로 묘사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며 감독을 겁박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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