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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18. 2024

영화: 풍산개

휴전선을 제멋대로 넘나드는 초인적인 탈북자

■ 개요


1990년대부터 많은 탈북민이 제3국을 거치거나 아니면 직접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러다 보니 이제 탈북민 숫자도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 중에 적지 않은 사람이 이쪽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 <풍산개>는 어떤 사정으로 아들과 함께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탈출한 전직 북한 특수요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11년에 제작되었다. 주인공인 풍산은 남한으로 내려온 후 돈을 받고 휴전선을 넘어 남북한을 오가며 의뢰받은 일을 수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소재는 참신하다고 생각되나, 각본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내용도 많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최소한 팩트 체크라도 좀 신경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너무 많았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하는데, 김기덕 감독의 명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화이다. 


■ 줄거리


풍산(윤계상 분)은 아들과 함께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는 아마 전직 북한 특수요원 출신인 듯, 그야말로 인간병기이다. 휴전선을 넘는 과정에서 국군 순찰병에 들키지만, 너무나 간단하게 제압하고 남한 사회에 스며든다. 

북한에 고위직으로 있다가 탈출하여 국내 정보기관에 도움을 주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이 갑자기 협조를 거부하면서, 남한 정보당국자에게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사랑하였던 여자 인옥(김규리 분)을 데려다준다면 협조하겠다는 완강한 자세를 보인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정보당국의 한기중 과장은 직원으로부터 남북한을 오가면서 일을 해주는 사내가 있는데, 돈만 준다면 무슨 일이든지 해준다는 정보를 듣는다. 한 과장은 즉시 그 사내와 접촉을 시도한다. 


자유로 도로 옆에서 한 과장은 일을 맡은 사내, 즉 풍산과 만난다. 한 과장은 풍산에게 평양으로 가서 인옥이라는 여자를 데리고 오는 일이 이번 임무라면서,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가 묻는다. 그러자 풍산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오래 기다릴 것 없이 이곳에게 기다리라면서, 3시간 안에 인옥을 데리고 오겠다고 한다. 이 말을 남기고 풍산은 바로 떠난다. 


혼자서 휴전선을 넘은 풍산은 평양에 있는 인옥의 집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풍산의 말을 듣고 미심쩍어하던 인옥은 풍산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바로 풍산을 따라나선다. 풍산은 인옥을 데리고 휴전선을 넘는다. 둘은 맨몸으로 임진강을 건너고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도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인옥은 임진강에 빠져 익사할 뻔 하지만, 풍산이 인공호흡으로 살려낸다. 이렇게 어렵게 휴전선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감정이 싹튼다. 

풍산이 약속한 세 시간이 지나기 전에 인옥을 데리고 자유로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보요원 앞에 나타난다. 정보요원은 인옥을 데려가지만, 약속과는 달리 풍산을 조사하겠다며 체포한다. 그렇지만 풍산은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도중에 탈출한다. 


한편 인옥은 사랑하던 애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탐욕에 찬 그의 모습에서 인옥은 거리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인옥에게 함께 하자며 설득한다. 반면 차가워진 인옥의 태도를 보고는 탈출 과정에서 풍산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인옥을 데리고 쇼핑에 나서는데, 그곳에 풍산이 나타난다. 풍산은 일을 하고 대가를 받지 못하였으니, 약속한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 남자는 인옥의 태도에 풍산과 인옥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풍산에게 손찌검을 한다. 그 남자는 풍산을 정보당국에 넘겨버린다.   

정보당국은 풍산을 체포하여 그의 정체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밝히기 위해 신문을 한다. 그렇지만 풍산은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러자 정보당국은 풍산에게 혹독한 고문을 가한다. 아무리 혹독한 고문을 가해도 입을 열지 않는 풍산에게 정보당국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북쪽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고 체포된 국정원 요원이 있는데, 그를 빼내오면 일체의 일을 불문에 부치고, 원한다면 인옥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는 것이었다. 풍산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풍산은 위험을 무릅쓰고 국정원 요원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요원은 풍산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풍산을 체포하여 경찰서로 끌고 간다. 그렇지만 풍산은 자신이 탈출시켜 준 국정원 요원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풍산은 곧 정체 모를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잡히고 만다. 그들은 인옥의 애인을 암살하려는 임무를 받은 북한 특수부대원이었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인옥의 애인을 암살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대신 인옥을 잡아서 아지트로 데려온다. 그들은 풍산에게 인옥의 애인을 암살한다면 인옥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한다. 풍산은 인옥의 애인을 찾아갔지만 차마 그를 죽이지는 못하고, 특수부대원들이 있는 아지트로 그를 데려온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말을 들으면 인옥을 풀어주겠다는 그들의 약속도 거짓이었다. 인옥은 그들로부터 도망가려다가 이미 그들 손에 죽은 뒤였다. 

분노와 슬픔을 이기지 못한 풍산은 자신을 속인 국정원 정보요원과 북한 특수부대원들을 한 사람씩 잡아들인다. 그리고는 이들을 각각 다른 방에 감금하고는 양쪽에서 한 명씩 다른 방으로 불러내어 결투를 하게 한다. 여러 소동 끝에 싸움의 결말이 나지 않자 그들을 한꺼번에 방에 몰아넣고는 총까지 넣어준다. 국정원 요원과 북한 특수부대원들 모두 이제 총을 들었다. 그런데 좁은 방 안에서 총으로 서로 싸운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살 길은 서로 타협하여 무기를 버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두 무리는 서로를 의심하여 결코 무기를 버리지 못한다. 그들은 끝없는 대치를 이어나간다. 


한편 풍산은 휴전선을 넘어 평양의 인옥의 집으로 가, 그녀의 사진 옆에 그녀가 아꼈던 조각상을 놓아둔다. 다시 남으로 오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오던 풍산의 등 뒤에서 총성이 들려오고 풍산은 쓰러진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남과 북이 서로를 믿지 못하여 끝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소재도 이색적이며 신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서의 낮은 완성도로 적지 않게 실망하였다.

풍산은 3시간 만에 자유로에서 휴전선을 통과하여 평양에 가 인옥을 데라고 다시 자유로로 돌아온다. 아마 남과 북이 거리상으로도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설정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최고급 벤츠 승용차를 타고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오는데 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풍산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휴전선을 넘었다고 치자. 대중교통도 제대로 없는 북한에서 그것도 밤에 어떻게 1시간 남짓 시간에 휴전선에서 평양까지 갈 수 있나? 아마 택시를 대절했다고 해도 그렇게는 안될 것이다. 


풍산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가진 능력으로 봐서는 아마 북한의 특수요원이었던 것 같다. 싸우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인간병기이다. 남북한 병사 몇 명쯤은 맨손으로 간단히 제압해 버린다. 그런 풍산이지만 북한에서 체포된 남한 정보요원을 구출하러 가서는 늙은 병사에게 맞아 잡혀버린다. 남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투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남한 정보요원들에게 너무나 쉽게 잡혀버린다. 그러다가도 남한 정보요원 및 북한 특수부대원들을 한 명 한 명 잡아낼 때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차갑고 냉철한 풍산이지만 멍청하기 짝이 없다. 남쪽 정보당국으로부터 건 북쪽 특수부대원들로부터 건 거짓말에 번번이 속아 넘어간다. 보통 전직 특수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그들은 무술 실력뿐만 아니라 머리도 명석하기 짝이 없다. 상대가 아무리 거짓 약속을 하더라도 그에 대비하여 치밀한 준비를 다 해놓는다.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거침없이 안전장치를 작동시킨다. 이에 비해 풍산은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도 늘 속아 넘어간다. 이 영화에서만 하더라도 아마 대여섯 번은 속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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