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격리되어 바닷낚시 배에서 노인과 함께 살아가는 소녀
<활>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시대극인 줄 알았는데, 바닷낚시 배에서 생활하는 노인과 소녀의 이야기이다. 고집불통인 노인은 부모 없는 소녀를 거두어 키우고 있는데, 소녀가 17세가 되면 결혼할 계획이다. 노인은 바닷낚시꾼들에게 낚시 장소를 대여하면서 간간히 활로 점을 쳐주고 있다. 낚싯배라는 좁은 공간 위에서 노인과 소녀,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하러 온 청년, 세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는 2005년에 제작되었다.
노인은 낚싯배에서 살면서 낚시꾼들을 태워 낚시자리를 제공하여 생계를 잇고 있다. 노인은 낚싯배를 바다에 띄어놓고 손님들의 연락이 있으면 작은 배로 육지로 나가 낚싯배로 데려온다. 손님들은 저마다 낚싯배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낚시를 즐긴다. 그런데 이 배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노인만이 아니다. 예쁘게 생긴 16살 먹은 소녀도 노인과 함께 살고 있다.
낚싯꾼들은 소녀에게 음흉한 시선을 보낸다. 그뿐만 아니다. 소녀에게 노골적으로 성적인 욕심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해서 소녀가 그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낚싯꾼들이 자신을 희롱하거나 안거나 하여도 별로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소녀가 워낙 천진한 탓도 있을 것이고, 사람과의 접촉이 거의 없어 사람이 끄는 힘을 거부할 수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낚시꾼들이 소녀를 희롱하고 있으면 예외 없이 화살이 날아와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활을 쏜 사람은 바로 노인이다.
노인은 소녀를 어릴 적 이곳에 데리고 와 지금까지 키웠다. 소녀의 신상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노인은 소녀가 17살이 되는 해에 결혼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소녀에게 선물할 혼수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소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저녁이 되면 노인은 소녀를 목욕시켜 준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런 성적 욕망을 표시하지 않으며, 소녀도 그런 노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노인은 항상 활을 지니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활은 세 가지 용도이다. 첫째는 소녀를 지키는 도구이다. 누구든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서면 그는 거침없이 활을 날린다. 두 번째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악기이다. 노인은 활로 음악을 켜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세 번째는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도구이다. 그는 활로서 점을 친다. 손님의 요청이 있으면 소녀에게 배 옆에서 그네를 타도록 하고 흔들리는 그녀를 피해 활을 쏜다. 활이 소녀에게 맞지 않으면 점괘가 맞는 것이다. 이 활점이 이 배를 찾는 사람들에게 의외로 인기가 높다.
어느 날 어느 대학생이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낚시를 하러 온다. 대학생은 소녀가 이곳에서 인간 사회와 격리된 채 살고 있고, 17세가 되면 노인과 결혼하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와 함께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소녀를 붙잡아두고 있는 노인에게 강한 반발심을 느낀다. 그는 소녀가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은 배 위에서 소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소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느낀다.
대학생은 노인에게 소녀를 놓아주라고 설득한다. 그렇지만 노인은 완고하다. 대학생은 소녀를 더 이상 이곳에 살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소녀에게 함께 이곳에서 벗어나자고 설득한다. 소녀도 처음 만나는 젊은이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소녀는 대학생의 말에 따르기도 했다.
소녀는 노인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학생과 함께 뭍으로 나가는 쪽배를 탄다. 노인이 탄 배가 점점 멀어진다. 노인은 멀어지는 소녀를 보고 자살을 결심한다. 뭍으로 나가던 소녀는 어느 순간 자신이 노인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소녀는 대학생을 설득하여 다시 배로 돌아간다.
배 위에서 노인과 소녀의 결혼식이 올려진다. 소녀는 행복한 표정이다. 결혼식이 끝난 후 소녀는 노인이 활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에 빠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대학생은 잠든 소녀가 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성적인 환상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거의 감상한 적이 없었지만, 최근 <풍산개>와 <피에타>를 감상하였다. 이번이 세 번째이다. 김기덕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감독이라 알고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별다른 감동이 없다. 특히 이번 작품의 경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