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Dec 15. 2024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

위기에 빠진 왕비를 구해주는 달타니앙과 삼총사

■  개요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는 알렉산더 듀마의 동명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서 1973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당초 3시간짜리의 긴 영화로 계획되었으나, 너무 길다는 느낌이 들어 후반부는 <사총사>란 제목으로 별도의 영화로 공개하였다. 이 영화는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작품이지만, 코미디적 요소를 많이 넣었다. 


■ 총사란 무엇인가?


나는 이전부터 총사(Musketeers)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였다. 총사를 의미하는 영어 “Musketeers”는 말 그대로 머스켓 총의 사수를 의미한다. 머스켓 총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조총”이다. 그런데 삼총사 영화나 소설을 보면 주인공들이 총을 사용하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칼로만 적을 상대한다. 그런데 왜 총사(Musketeers)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하여 이번 기회에 자료를 찾아보았다. 


“총사”란 유럽에서 머스켓 총이 주력무기로 등장하면서 생긴 군사조직으로서, 스페인, 러시아,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총사대”(銃士隊)를 두었다 한다. 같은 총사란 이름이 붙었지만 나라마다 그 성격이 다른데, 삼총사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므로 프랑스의 총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프랑스의 호위총사대(Guard Musketeers)는 청년들로 구성된 프랑스 왕실에 충성하는 군대로서, 1622년 루이 13세가 조직한 경기병대에 머스켓 총을 주력무기로 사용토록 하면서 시작되었다. 머스킷병에는 보병도 있었고 용기병도 있었다. 용기병이란 총을 사용하는 기병을 의미한다. 총사대는 왕실 근위병의 기능을 하였다. 귀족들의 장남은 주로 군대의 고급장교로 입대하였기 때문에 총사들은 주로 하급 귀족이나 고급귀족의 서자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총사대에서 전공을 세움으로써 사회적 신분을 상승하려 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거칠고 호전적이었다고 한다. 


<삼총사>에서 주인공들의 적의 최고 우두머리는 리슐리에 추기경이다. 당시 강력한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던 리슐리에는 총사대를 모방하여 자신에게 충성하는 총사대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실제 역사에서도 왕의 총사대와 리슐리에의 총사대 사이에는 서로 다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리슐리에가 사망한 후 그의 총사대는 후계자인 마자랭 추기경이 이어받았는데, 마자랭이 사망하자 왕의 총사대와 합쳐져 루이 14세 아래로 들어갔다. 

왕의 총사대는 제1 총사대라 불리며 회색 말을 탔기 때문에 “그레이 머스켓터”, 즉 “회색 총사”라 불리었으며, 리슐리외의 총사대는 검은 말을 탔기 때문에 제2 총사 혹은 “검은 총사”라 불렸다. 이 시대 군대 시스템에서 총사대는 가장 강력한 부대였다. 루이 16세에 이르러 재정적 이유로 총사대는 해체되었다. 이후 몇 차례 재조직되긴 하였지만 곧 해산되었다고 한다. 


■ 줄거리 


유명한 총사였던 아버지로부터 검술을 배운 시골청년 달타니앙은 왕의 총사가 되기 위해 파리로 왔다. 파리 생활에 익숙지 않은 그는 도착한 날 실수를 거듭하여 세 명의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한 시간 간격으로 결투 약속을 한다. 결투가 한창일 때 리슐리에 추기경의 경호대장인 쥬사크가 검은 총사들을 데리고 달려와 세 총사에게 덤벼들었기 때문에 달타니앙도 세 총사와 함께 쥬사크의 부하들과 싸운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달타냥은 총사대의 일원이 된다. 


총리의 자리에 있는 리슐리에 추기경은 왕보다 더 큰 권력을 움켜쥐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어, 그의 부하들인 검은 총사들도 걸핏하면 왕의 총사인 회색 총사들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한편 달타냥은 왕비의 시녀인 콘스탄스 보나치외(라쿠엘 웰치 분)와 추기경의 스파이 노릇을 하는 정열적인 여인 레이디 드 윈텔 두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한편 앤 왕비의 옛 연인이었던 영국의 버킹검 공작이 몰래 프랑스에 나타나 왕비에게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물건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왕비는 자신이 가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공작에게 준다. 이들의 밀회를 알게 된 리슐리에 추기경은 자신의 권력에 방해가 되는 왕비를 제거하기 위하여 왕에게 왕비가 무도회에 참석할 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나왔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왕은 왕비에게 다가오는 무도회 날에 꼭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나오라고 한다. 


왕비의 목걸이는 왕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서 프랑스에서는 둘도 없는 보물이다. 만약 왕이 자신이 선물한 목걸이를 왕비가 옛 애인인 버킹검 공작에게 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왕비가 이혼을 당해 영국으로 쫓겨갈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왕비로서도 큰일 났다. 왕비는 콘스탄스의 조언을 받아 삼총사와 달타니앙을 영국의 버킹검 공작에게 보내 사정을 말하고 목걸이를 도로 받아오도록 한다. 이 사실을 안 리슐리에 추기경도 삼총사 등이 목걸이를 찾아오지 못하도록 레이디 드 윈텔을 영국으로 보내 목걸이를 훔쳐오라고 한다. 

삼총사와 달타니앙은 영국을 향해 간다. 그러나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검은 총사들이 그들 앞을 가로막는데, 그럴 때마다 삼총사들은 한 명씩 적들을 상대하며 나머지 동료들을 영국으로 갈 수 있게 한다. 결국은 달타니앙 혼자만이 영국으로 건너간다. 레이디 드 윈텔은 달타니앙에 앞서 버킹검 공작을 찾아갔다. 그녀는 미모로 버킹검 공작을 유혹하여 목걸이에 박힌 다이아몬드 두 개를 훔쳐낸다. 


달타니앙이 버킹검 공작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하니, 그제야 버킹검 공작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버킹검 공작은 급히 장인들을 불러 큰돈을 지불하고 없어진 다이아몬드 두 개를 대신할 새로운 다이아몬드를 목걸이에 박아 넣으라고 한다. 


드디어 무도회 날이 다가왔다. 왕비는 어쩔 수 없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지 않고 무도회장으로 나갔다. 왕비의 모습을 본 왕은 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지 않고 나왔느냐고 질책한다. 그러자 왕비는 깜박 잊었다고 하면서 다시 목걸이를 하고 나오겠다며 처소로 돌아간다. 그러나 목걸이가 있을 리 없다. 왕비는 파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때 달타니앙이 두 개의 새로운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를 가져와 왕비를 위기에서 구한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는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래서 화려한 칼싸움을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총사들의 우스꽝스러운 검술 대결들도 그런대로 재미있다. 


<삼총사>에서 악당의 우두머리는 리슐리에 추기경이다. 그런데 죽은 리슐리에가 이 작품을 본다면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리슐리에는 역사상 실존인물로서 공작으로서 추기경이다. 그는 루이 13세와 루이 14세에 걸쳐 재상, 즉 총리로서 프랑스의 절대왕권을 확립하고, 어린 왕을 대신하여 어려움에 빠진 프랑스를 재건한 일대의 충신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프랑스는 유럽의 이류 국가로 전락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파탄에 빠진 경제를 되살렸으며, 관료제도를 확립하고, 적자에 허덕이던 왕실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명재상이자 충신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