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 최대의 결전 게티즈버그 전투
영화 <게티즈버그>(Gettysburg)는 미국 남북전쟁의 승패의 결정적 분기점이 되는 게티즈버그 전투를 그린 전쟁영화로서, 1993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총 상영시간은 4시간 14분으로서, 미국 내 주요 제작사에서 제작한 영화 가운데 가장 상영시간이 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홈비디오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단박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먼저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게티즈버그 전투(Battle of Gettysburg)에 대해 알아보자. 게티즈버그 전투는 미국 남북전쟁을 승패를 사실상 결정지은 전투로서, 게티즈버그 지역에서 미합중국 군과 남부동맹은 남북전쟁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투를 벌였다.
남부동맹의 총사령관 리 장군은 챈슬러브빌 전투를 승리로 마무리 지은 후 그 여세를 몰아 북부에 대한 추가 공격을 계획하였다. 목표는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였고, 만약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면 북부에 대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반면에 북군을 총사령관을 교체하는 등 지휘 계통에 혼선이 있었다. 게티즈버그는 전략의 요충지였다. 그곳은 철도와 주요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게티즈버그를 확보하는 쪽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게티즈버그 전투는 1863년 7월 1일 남군 보병대의 사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3일째 되는 날 이번 전투의 최대의 격전이 벌어지고, 무기와 탄약이 부족했던 남군은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으나 결국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는 얻지 못한 채 남군이 후퇴한다. 3일 동안의 전투에서 양쪽의 사상자는 합해서 5만 명에 가까웠다. 피해는 비슷했지만, 병력규모가 열세였던 남군의 타격이 훨씬 심하였다. 이 전투 자체는 무승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타격은 남군에게 훨씬 컸다. 이 전투를 계기로 실질적으로 남군은 패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영화는 게티즈버그 지역에서 3일간에 걸쳐 여러 곳에 산재하여 벌어진 전투들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또 전투에 참여한 남북군의 지휘관 및 중요 인물들의 이름을 늘어놓아 보았자 영화를 이해하는데 별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전투장면들이다. 그런 장면들을 여기서 글로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가급적 간략히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1863년 6월 30일 한 남부군 정찰병은 북부군이 게티즈버그 지역으로 행군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한다. 이 정보는 곧바로 남부군 총사령관 리 장군에게 전달되어 리 장군은 여러 방면에서 이곳으로 진군해오고 있는 남부군 지휘자들에게 게티즈버그 마을 근처로 집결하라고 명령한다.
한편 연방군(북군) 캠프에서는 체임벌린 대령이 120명의 패잔병 앞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패잔병들은 전투에 패배하여 해산된 연대 소속 병사들로서, 자신들은 소속 연대가 없어진 만큼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상부에서는 전투 참여를 거부하는 병사들을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린다. 체임벌린 대령은 패잔병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을 겨우 설득하여 자신의 연대에 편입시킨다.
북군 측에서도 남군의 1개 사단이 마을에 접근하는 것을 보고, 남부 연합군의 주력이 이쪽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포드 사단장은 이 아름다운 게티즈버그를 전장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방어진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곳을 자신의 무덤터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
남군의 한 사단을 이끌고 있는 롱스트리트 장군은 리 장군에게 자신의 사단을 이끌고 게티즈버그 북쪽에 있는 언덕을 점령하겠다고 제안한다. 그의 판단으로는 그곳은 아직 북군의 방어진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쉽게 점령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고, 만약 그곳에 북군의 방어진이 견고하게 쳐진다면 이번 전투는 남군이 크게 고전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 장군은 병사들이 이곳까지 행군하느라 피곤에 지쳐있을 것이고, 아직 적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을 한다면 피해가 클 것이라며 공격 명령을 거부한다. 리 장군의 이 판단은 나중에 남군에게 치명적인 대가로 돌아오게 된다.
둘째 날인 7월 2일, 양군은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리 장군은 롱스트리트 사단장에게 언덕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하룻밤사이 언덕에는 이미 북군의 견고한 방어진이 구축되어 있었다. 남군이 공격을 가했지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북군은 맹렬히 반격해 온다. 남군의 희생이 커가는 가운데 북군의 방어벽은 끄덕도 하지 않는다. 롱스트리트 사단장은 리 장군에게 더 이상의 공격은 피해만을 키울 뿐이며, 공격을 계속한들 점령은 어렵다고 보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 장군은 공격 명령을 거두지 않는다. 롱스트리트 장군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병력을 투입하여 공격을 계속한다.
언덕을 방어하고 있던 북군의 체임벌린 대령의 병력도 차츰 방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부관이 달려와 총알이 떨어졌다고 보고하면서, 후퇴를 건의한다. 그렇지만 체임벌린은 후퇴란 있을 수 없다며 병사들에게 착검을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남군은 사격이 뜸해진 틈을 타서 언덕으로 물밀듯이 올라온다. 이들이 북군의 진지에 도달하였을 무렵, 갑자기 총검을 장착한 북군들이 일제히 언덕 아래로 돌진해 내려온다. 양군 사이에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마침내 남군은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퇴각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날인 7월 3일. 리 장군은 휘하 3개 사단에 대해 언덕 능선에 있는 연방군(북군)의 방어선의 중앙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만 롱스트리트는 이 공격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북군 방어진의 양 날개 쪽에 위치해 있는 사단들이 틀림없이 협공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롱스트리트는 리 장군에게 무리한 공격이라며 공격 중지를 건의하지만, 리 장군은 이를 묵살한다.
마침내 건곤일척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북군의 진영을 향해 돌격해 들어가던 남군은 북군의 치열한 포격으로 전진이 막힌다. 막강한 북군의 포탄 공격으로 남군의 피해는 점점 커진다. 북군의 강력한 화력을 당할 수 없어, 남군은 북군의 진지에 다다르지도 못하고 후퇴한다. 이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은 남군은 어쩔 수 없이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리 장군은 자신의 판단미스를 한탄하며, 군대를 이끌고 후퇴한다. 그는 이번 전투에서 너무나 많은 병사와 훌륭한 지휘관을 잃어버렸다.
미국 남북전쟁에 관한 영화를 보고 상당히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상대방에 대해 서로 예의를 갖추고, 또 지휘관들 간에도 교류가 적지 않다. 전투 방식을 봐도 그렇다. 일렬 횡도로 줄을 서서 전진하며, 한번 발포를 하고는 그냥 백병전이다. 현대 전쟁에서 보는 총알이 빗발처럼 쏟아지고 무서운 포탄으로 병사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그런 끔찍한 광경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실상은 남북전쟁은 유래없는 크고 잔인한 전쟁이었다. 남북전쟁은 서구 역사상 그때까지 있었던 전쟁 중 가장 큰 전쟁이었다. 동원된 병력은 북군의 경우 피크 때는 약 70만 명, 연인원은 220만 명에 이르렀다. 남군은 피크 때 36만 명, 연인원 80-100만 명 정도였다. 전쟁 중 사망자도 남군 36만 명, 북군 29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전쟁사상 유례없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다.
그럼 이들이 전투를 할 때 왜 촘촘하게 일렬횡대로 전진하였을까? 이때만 해도 무기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사정거리도 짧았고, 사격 간격도 길었고, 정확성도 매우 낮았다. 그래서 병사들이 밀집하여 한꺼번에 일제사격을 하여 단번에 적에 타격을 가하고는 착검을 하고 돌격하는 형태였다. 진지를 구축하여 몸을 숨기고 사격을 하는 전투방식은 이 시기에 도입되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무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전쟁초기에 비해 총의 사정거리는 4배가 길어지고, 사격 간격은 1/4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물론 정확성도 훨씬 높아졌다. 이런 무기 기술의 혁신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투방식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전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지금 시대에 그때의 전투방식을 사용한다면 몇천 명의 군대가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해 버릴 것이다.
이 영화는 웅장한 전쟁영화이다. 영화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전투장면이 계속 연결된다.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감상할만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