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0)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40)
오늘은 황룡(黃龍) 관광을 떠난다. 어제 3만 보 이상을 걸어 하루쯤 쉬고 싶지만, 이곳은 상업시설만 있어 시간 보낼 곳은 전혀 없디. 설악동은 주위에 산책할만한 곳도 있고. 가까운 곳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여긴 구채구에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디.
황룡은 구채구와 함께 민산(岷山) 산맥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두 지역 모두 석회암 침화과정을 통해 형성된 곳이라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있다. 전체적인 느낌으로 구채구가 섬세하고 화려하고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비해 황룡은 장엄한 풍경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구채구가 여성적이라면 황룡은 남성적이라 할 수 있다.
어제저녁 황룡 입장권을 예매했다. 1인당 3만 원이 조금 넘는다. 이젠 입장로에 대해선 포기했다. "그래 입장료로 날 죽여라! 죽여!"
다음으로 항룡으로 가는 차편을 예약해야 한다. 트립닷컴을 통해 구채구-황룡 간 셔틀버스를 왕복 1인당 3만 원으로 왕복으로 예약했다. 버스는 오늘 아침 9시에 출발한다. 예약 후 조금 지나니 예약 내용에 관한 정보가 이메일과 카톡을 통해 왔다.
그걸 본 순간 황당했다. 한글로 오전 9시에 "성우호텔"에서 버스에 탑승하라는 것이었다. 구채구 일대에는 호텔만 수백 개가 있는데 성우호텔이 어딘지 어떻게 알 수 있나. 한자나 영어로 표기되어 있으면 구글지도나 고덕 지도로 검색하거나 중국인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한글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한국어 발음으로 중국인들에게 “성우호텔”이라 해봤자 그들이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이 상태로는 버스 탑승장소를 알 수가 없다.
확인을 위해 트립닷컴의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예약번호를 말하고 하라는 대로 긴 절차를 따라 했더니 ARS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걸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트립닷컴 앱에 채팅 상담이 보여 들어갔다. 이것도 ARS와 거의 마찬가지라 문제해결이 볼가능하다. 사람과 통화를 해야겠는데, 이미 금요일 밤 9시라 연락할 방법이 없다. 내 힘으론 도저히 해결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호텔 지배인격인 여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여자도 영어는 거의 안된다. 위챗 통역 기능을 통해 겨우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 여자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았으나 도저히 해결되는 것 같지 않다. 도저히 문제을 해결할 수가 없자 지배인 여자는 다시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를 데려왔다. 그 젊은 아가씨는 영어가 아주 유창했다.
내 상황을 이해하고는 어디론가 연락하더니 영어로 페이스톡 통화를 한다. 알고 보니 한국의 트립닷컴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한 것이었다. 둘은 이전부터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트립닷컴 담당자 역시 젊은 여자였는데, 내 상황에 대해 듣고는 다시 중국에 수배하더니 버스 승차 장소를 영어와 중국어로 알려왔다.
이 과정을 글로 쓰니 간단하지, 실제로는 2시간 이상 걸렸다. 트립닷컴 직원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 같았다. 금요일 밤 11시가 넘어 갑작스러운 클레임에 대응하느라 황당했을 것 같다.
아무튼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버스 탑승장 확인하는 데 성공. 두 시간 이상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 준 호텔 지배인과 젊은 중국인 여성, 그리고 트립닷컴 여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다만 한 가지, 그 트립닷컴 여직원, 알 끝마다 내게 꼭 할아버지, 할아버지라는 말을 붙인다.
어제저녁 그 난리를 친 덕에 오늘 큰 문제없이 황룡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일기예보는 오늘도 하루 종일 비라고 한다. 버스를 출발할 때도 날씨가 잔뜩 찌푸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순 없다.
황룡은 구채구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탐방객의 방문지역이 구채구는 2,000~3.000미터 정도이지만, 황룡은 3.000~3.700미터 정도로 거의 1,000미터 가까이 더 높다. 지대가 높아서 고산증의 위험도 있다고 한다. 구채구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구채구와 묶어서 관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버스는 점점 높이 올라간다. 드디어 3.200 미터를 넘어선다. 황룡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황룡 가는 길은 절경이다. 거의 4~5천 미터급 산이 즐비하고, 지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인 산맥이 이어진다. 가다 보면 3천 미터가 넘는 지역에 넓은 평원이 펼쳐지기도 한다, 초원에는 야크 무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쪽 지방에는 야크 고기도 많이 먹는 것 같다.
버스가 산 구비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황홀하다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면서도 자꾸 잠이 온다. 버스 안에서는 이미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이 많다. 나도 깜박깜박 잠이 든다. 고산이라서 그런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경미한 고산증 증세라고 한다.
3천 미터가 넘는 지역에서도 마을이 가끔 보인다. 거의 수백호 정도 되어 보이는 꽤 큰 마을들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가나... 아직도 날씨는 잔뜩 찌푸린 상태다. 황룡 탐방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풍경은 아주 그만이다. 높은 산 허리를 구름이 감고 있고, 구름 위로 설산 봉우리가 나타나는 환상적 풍경이다.
황룡 입구에서 버스를 내리니 11시 반쯤 되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날씨에다 높은 고도라 공기가 차다. 버스는 오후 4시 반에 출발한다고 하면서 4시까지는 반드시 내려오라고 한다.
황릉 입구는 대략 해발 3천 미터 정도이고, 관광객들이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 종점과 오채지는 대략 3,700미터를 조금 넘는다. 관광객들은 대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걸어 내려오면서 경치를 감상한다.
케이블카 티겟을 사러 창구에 갔다. 티켓 판매직원이 여권을 확인하더니 60세 이상은 입장료가 무료인데 왜 표를 샀냐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트립닷컴에 연락하여 환불을 해준다. 감격! 황룡 관광당국은 외국인 노인도 공경해주나 보다. 또 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