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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시안의 중심, 종루(鐘樓)와 고루(鼓樓)

(2025-10-13)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43)

by 이재형

(시안의 랜드마크 종루)

호텔 조식은 뷔페였는데, 괜찮았다. 식당에는 서양인들이 제법 보인다. 중국에 온 이래 지난 20일간 본 외국인의 수보다도 더 많다. 지난 며칠간 강행군을 해와 오전은 좀 쉬기로 하였다. 시안이란 도시가 아주 마음에 든다. 일정상으로 이곳에서 4박 5일 예정인데 더 머무르고 싶다. 집사람에게 한 일주일 정도 머물자고 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오후 2시쯤 호텔을 나와 먼저 종루(鐘樓)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종루의 위치가 남대문을 연상시키고, 숙소는 대한상공회의소 자리쯤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네거리에는 지하철 몇 개 노선이 겹치는 큰 지하철 역이 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지하도로 들어갔다. 지하도에서 바로 종루 안으로 연결되는 입구가 있다.


입장료 30위안. 정말 입장료 안 받는 곳이 없다. 종루로 들어갔다. 명나라 때 지었다는 이 건물은 남대문보다도 몇 배나 더 크다. 주위에 고층 빌딩이 많아 종루 자체는 높다고 할 수 없으나 네거리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사방을 훤히 내려 볼 수 있다. 종루 건물도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내려보는 거리의 풍경이 더욱 볼만하다.

시안 시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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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 입구와 시안 시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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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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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이는 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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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

(시안 한가운데 자리 잡은 종루)

종루는 명나라 초기에 세워진 건축물로서,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종루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에는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시계탑 역할을 하였다. 고루에는 경운종(景雲鐘)이란 대형 종이 걸려있었으나, 현재에는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종루는 시안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한 종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종의 크기는 실망, 보신각 종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종루 건물은 종각 크기의 수백 배도 넘지만, 막상 그 속에 있는 종은 보신각 종에 비교되지 않게 작았다. 과대 포장이라 해야 하나? 큰 종이 따로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종루 주위는 넓은 광장이다. 그리고 약 300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종루의 동생뻘에 해당하는 고루(鼓樓)가 있고, 그 옆으로는 이슬람 시장인 회민가(回民街)가 보인다. 종루를 남대문이라 하면 힐튼호텔 방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오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지난 20일 동안 중국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녔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동안 본 외국인수는 모두 합해 10명도 안된다.

고루

(종루의 쌍둥이 동생 고루)

종루를 나와 고루로 향했다. 고루에서도 입장료를 받는다. 이젠 안 들어간다. 들어가 봐야 종루나 별 차이 없을 것이고 종루에 비해 한쪽에 비켜져 있기 때문에 주위 경치도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루 건물은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주 잘 지은 멋있는 건물이다. 형뻘인 종루에 비해 더 크고 더 잘 생겼다는 느낌이다.


호텔에서 고루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쪽저쪽 돌아다니느라 많이 걸었다. 허기도 진다. 옆에 사탕수수 주스를 파는 가게가 보인다. 사탕수수 주스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료이다. 즉석에서 사탕수수 즙을 짜서 얼음을 넣어 마시면 어떤 청량음료도 따라오지 못한다. 정말 달고 시원하다. 나는 동남아에 여행을 가면 이 사탕수수 음료를 많이 마신다. 한 잔에 500원, 비싸봐야 1,000원 정도다. 그런데 이곳엔 한 잔에 4,000원씩이나 받는다. 그래도 시원하고 좋았다. 다시 힘이 난다.


(이슬람 민족의 시장 회민가)

고루 옆에는 회민가(回民街)라는 전통 거리가 있다. 이 거리는 당나라 시대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상인들이 시안에 정착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아주 오랜 역사가 있는 거리이다. 이들 상인들의 후예인 이슬람교도들이 이 지역에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왔고, 그들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오늘날의 이 번화한 음식 거리를 만든 것이다. 옛날에는 이슬람교도의 시장이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먹자골목으로 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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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비앙면 음식점
회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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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QR 코드로 구걸하는 거지

좁은 골목 양쪽으로는 작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듬성듬성 선물가게도 보인다. 음식점들은 대개 두어 평 넓이로 테이크 아웃 가게가 많으며, 가끔 식탁을 갖춘 식당도 보인다.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아주 활기찬 거리이다. 걷다 보면 흥이 절로 나는 것 같다.


(시안의 명물 “비앙비앙면”)

걷다 보니 이상한 한자가 보인다. 아주 생소한 글자는 아니다. 몇 년 전 획수가 많은 한자를 찾아보다가 본 기억이 있는 글자이다. 정식 한자가 아니라 글체가 없기 때문에 아래 사진의 글자를 참고하기 바란다. 바로 시안의 명물 비앙비앙면이다. 비앙비앙이란 밀가루 반죽에서 국수를 뽑을 때 나는 소리를 의성화한 글자로서, 누가 만든 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시안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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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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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성벽 영영문

식탁을 갖춘 음식점에 들어가 넓적한 면이 보이길래 그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우연히 주문한 국수가 바로 비앙비앙면이었다. 수제비라 해도 좋을 크기의 길고 넓적한 면이었다. 도삭면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나 좀 더 넓고 면발이 길며, 탄력이 있었다. 비앙비앙면은 마치 비빔국수 같았다. 국물은 없고 대신 묽은 고추기름이 그릇 아래 깔려있어 그것으로 면을 비벼 먹는다. 아주 맛있었다. 우육면보다 훨씬 낫고, 중국에 온 이래 최고의 국수다.


이날 저녁 비앙비앙면에 다해 찾아보았다. 비앙비앙면의 유래, 표기의 기원 등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비앙비앙면을 먹기 위해서라도 다시 시안을 찾을 것 같다.


비앙비앙면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니 힘이 난다. 다음은 시안고성벽(西安古城牆)이다, 시안 성벽은 주로 남문에 해당하는 영영문(永寧門)으로 입장하는데, 종루를 남대문이라 할 때 영영문은 서울역 방면으로 약 2킬로 정도의 거리에 있다.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


(현존 중국 최장의 성벽 시안 고성벽)

영영문 앞은 마치 서울역 앞 도로를 연상시키듯이 삼거리이다. 그 넓고 복잡한 도로에 횡단보도는 있는데 신호등이 없다. 쉴 새 없이 차가 지나가는 가운데 겨우 영영문에 도착했다. 물론 우리 힘으론 횡단보도를 건널 수 없다. 다른 중국인들이 건너는 틈을 이용하여 그들에게 붙어 길을 건넜다.


입장로 또 54위안. 잠, 입장료 없는 곳이 없다. 성문으로 들어가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저곳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사진사를 대동하여 사진을 찍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전통의상은 아주 아름답다. 내 눈에는 동양 삼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의상으로 느껴진다. 여성복은 마치 날개옷 같다.


지금의 시안성은 명나라 때인 14세기 후반에 축성한 것으로서 당나라 때의 장안성에 비해서는 규모가 훨씬 작다고 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중국의 성 가운데는 가장 크며 보존도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총길이는 14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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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성 성벽 위

(성벽 위의 자전거 타기, 구경만 해야지)

성루로 올랐다. 괴연 중국의 성이다. 우리나라 성보다 훨씬 웅장하다. 성벽의 높이는 10미터 이상으로 보이고 두께는 15미터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성벽 앞에는 폭이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해자가 파져 있다. 그야말로 철옹성이라는 느낌을 준다. 침략자가 이 성벽 아래에 다다르면 그야말로 절망감을 느낄 것 같다.


넓은 성벽 위의 바닥은 돌이 깔려있다. 이 성벽 위에서 자전거를 타며 시안의 도시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인기 코스다. 자전거를 가져올 수는 없고 대여를 해준다. 3시간에 45위안(9,000원), 2인용 자전거는 90위안이다. 집사람과 2인용 자전거를 한번 타볼까도 했으나, 아서라, 말아라!


성 아래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성 밖 작은 공간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성을 나와 그곳으로 갔다. 20이며 명의 남녀가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같은 팀은 아니며, 누구라도 자유롭게 춤판에 끼어드는 것 같다. 모두들 춤을 잘 춘다. 상당한 실력들이다. 라틴 댄스를 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역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구경하던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자기네들끼리 손을 잡고 신나게 몸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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