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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마지막 밤

(2025-10-15b)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48)

by 이재형

(가장 인상에 남는 도시 “시안”)

내일은 귀국하는 날, 오늘이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그동안 쇼핑은 거의 하지 않았다. 돌아다니는데 짐이 되기 때문에 사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참았다. 선물이라고 산 것은 소림사에서 손자에게 줄 티셔츠 한 장 산 것뿐이다. 숙소로 돌아온 후 선물도 살 겸, 그리고 중국의 밤풍경도 구경할 겸 밖으로 나섰다.


지난 25일 동안 중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이곳 시안이다. 언젠가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당초 나는 시안이 다소 황량하고 건조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장인이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어서 그런 선입관을 가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진이나 당이 낙양과 같은 좋은 땅을 두고 장안을 수도로 정했나라고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막상 시안에 와서 며칠을 지나고 보니 이곳은 참 풍요로운 도시이다. 지평선이 보이는 끝없이 넓은 평지에 세워진 이 도시는 풍요한 자연의 혜택을 입은 그야말로 선택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풍부한 물과 숲, 그리고 풍요로운 산물은 과거 이 도시의 영광을 지탱하는 기반이었다고 생각된다.

(시안, 서울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며칠 동안 시안에서 지내면서 과거와 현재가 잘 조화된 아름답고 재미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역사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밤거리에 나서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도시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울보다 훨씬 볼 것도 많고 재미도 있는 도시인데, 왜 많은 중국인들이 서울로 여행을 오나 하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몇몇 정신 나간 넘들이 노골적인 반중, 반중국인 시위라는 난동까지 부리고 있는 마당에.


특정 국가나 특정 국민에게 혐오감을 보이고 적대감을 표현하는 자들은 참 모자라는 넘들이다. 엉터리 가짜 뉴스에 넘어가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지도 모르는 자들을 보면 분노를 넘어서 다른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저 혼자 좋아서 날뛰는 것까지야 뭐라 할 필요도 없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밤의 회민가에서 약소한 쇼핑)

회민가로 갔다. 낮의 회민가도 재미있지만, 회민가의 진정한 얼굴은 밤에 나타난다. 좁은 골목, 그 안에서 가지를 친 더 좁은 골목들은 밝고 휘황찬란한 조명 속에서 사람들로 넘친다. 이렇게 사람 속을 걷고 있노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저절로 흥이 난다. 특별히 할 일도 없지만, 인파 속에서 한두 시간을 보냈다. 조금만 더 젊었으면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이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


손자에게 줄 선물을 사고 싶은데 좋은 게 눈에 띄지 않는다. 웬만한 장난감이야 다 가지고 있고, 옷이라도 사려고 하면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고 하니 딱히 살 것이 없다. 그러던 중 회민관 옆 광장에서 아이들이 야광 바람개비를 쏘아 올리며 놀고 있다. 새총 같은 걸로 볼펜보다 조금 긴 바람개비를 하늘로 쏘아 올리면, 야광 불빛을 번쩍이며 내려오는 장난감이다. 마침 몇몇 상인들이 그걸 들고 다니며 팔고 있기 때문에 하나 달라고 했다. 1개 10위안인데 15위안에 두 개를 주겠다고 한다. 아주 싸게 선물 문제를 해결했다.

(시안의 명물 흑차, “경양복차”)

돌아다니다 보니 차를 파는 가게가 많이 보여 들어갔다. ‘경양복차(涇陽茯茶)'라는 차가 보인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차이다. 복차란 흑차(黑茶)의 한 종류로서 발효를 시킬 때 금화(金花)라는 미생물 포자를 번식시켜 맛과 향을 낸다고 한다. 특히 소화 촉진 및 기름진 음식 분해에 도움을 주어 서북 지역 유목민들의 식생활에 중요한 식품이었다고 한다.


흑차(黑茶)라는 말도 처음 들어봐서 찾아보니, 이는 중국의 6대 차류 중 하나로 찻잎을 건조하기 전에 ‘악퇴’(渥堆)라는 과정을 거쳐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시킨 차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찻잎과 찻물의 색깔이 짙은 갈색에서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흑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흑차는 대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장거리 운송이나 보관을 쉽게 하는데, 경양복차는 벽돌형태로 만든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이차(普洱茶)도 흑차에 속한다고 한다.


다시 선물가게를 돌아다니다 보니까 비앙비앙면의 양념을 팔고 있다. 중국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국수가 비앙비앙면이었다. 비앙비앙면의 양념을 두 병 샀다. 잔치국수의 양념으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이것으로 별것은 없지만 선물도 샀다. 이제 내일 귀국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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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단상: 중국의 케이블카와 잔도


이전에 총각이 처녀에게 청혼을 할 때 하는 상습적인 거짓말이 있었다. "평생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해 줄게", "평생 발에 흙 묻히지 않고 살게 해 줄게."라는 말이다. 그 뻔한 거짓말에 처녀들은 알면서도 넘어갔다.


중국의 명승지에 가면 정말 발에 흙하나 묻히지 돌아올 수 있다. 태산과 숭산은 넓은 길은 모두 시멘트 포장, 계단은 돌계단, 좁은 산길은 데크 길로 이어져 있어서 발에 흙 묻힐 일이 없었다. 구채구와 황룡도 전구간이 데크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역시 발에 흙 묻힐 일이 없다.


중국엔 높고 낮은 명산들이 많다. 올라는 보고 싶은데 힘들어서 어떡하나!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가고 싶지만 힘들어서 망설일만한 산에는 반드시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장가계에는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다. 만약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이 중국에 있었다면 사방에 케이블카가 놓였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중원오악에 속하는 태산과 숭산을 케이블카로 쉽게 올랐다. 황룡과 구채구도 케이블카로 편안히 오른 후 데크길로 쉽고 안전하게 구경을 하며 내려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자연보호, 환경보호는 어디까지가 최선인가 참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자연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인가? 어니면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적당한 정도의 인공 구조물 설치는 필요한가? 때로는 인공 구조물의 설치가 자연의 원형 보전에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자연에 낙서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이 한 낙서는 문화유산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깊은 산 속이나 명승지에 건물이나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면 흉물이라고 비난받지만, 옛사람들이 만든 것은 문화재로 보호받는다. 자연과 인공 그 최적의 조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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