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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1. 2021

영화42: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

한국형 무협영화의 출발

영화 <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은 1967년 개봉된 영화로서, 박노식과 남정임, 이대엽, 태현실 등이 출연하였다. 이 영화는 1966년부터 쇼브러더즈가 제작한 홍콩 무협영화가 수입되어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형 무협영화로서 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가 멸망하고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고려의 부활을 꿈꾸고 있던 조선의 이조판서(극 중에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가 생전에 거사를 위해 황금 108관을 어딘가에 숨겨놓았다는 소문이 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인 검객 박창도(박노식 분)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살아간다. 그는 항상 베어 죽인 악당들 주검 옆에 저승길 노자나 하라고 동전 한 닢을 던져둔다. 


죽은 대감의 딸 옥화는 아버지가 숨겨둔 황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와 함께 죽은 이조판서의 반대파인 장정승 일파의 장지는 거사를 막기 막는다는 명분으로 황금 108관을 찾는다. 그러나 옥화와 장지 모두 거사는 명분에 불과하고, 황금을 차지하려는데 눈이 어두워져 있다. 황금이 숨겨진 곳을 아는 사람은 대감의 친구였던 주지였다. 옥화와 장지 모두 주지에게 황금의 행방을 묻지만 주지는 대답을 거부한다. 


양 세력은 황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옥화는 주인공인 검객 박창도를, 장지는 수수께끼의 검객인 조창운(이대엽 분)을 고용한다. 이들 둘은 검술의 초고수이다. 옥화와 장지 일파들은 검객 박창도와 조창운을 단지 황금을 찾기 위해 상대 세력을 꺾는데 이용하는 도구라만 생각하고, 황금을 차지하면 이들을 모두 죽일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속셈을 파악한 박창도와 조창운은 도리어 힘을 합해 옥화와 장지 일파를 처단한다. 그리고 마침내 땅에 숨겨된 금괴 상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보니 그 속은 돌로 채워져 있다. 돈을 노리고 달려드는 자들을 이용하여 거사를 성공시키려는 이조판서가 일부러 황금 108관의 군자금이 있다고 헛소문을 낸 것이다. 

떠돌이 검객이라고 생각하였던 조창운은 실은 조정의 관리였다. 역모 사건을 파 해치려 장지 일파에 거짓 고용된 것이었다. 일이 마무리되자 박창도는 다시 유랑의 길로 떠나고, 조창운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한국형 무협으로서 꽤 신경을 써서 제작한 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영화평들을 보면 아주 수준 높은 결투 장면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결투 신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홍콩 무협영화도 지금 보면 좀 유치한 면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결투 장면에서는 무술감독과 스턴트 맨 등의 협력을 받아 박진감 있는 결투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에서는 칼싸움이라고 할 것도 없다. 주인공을 포위하여 달려드는 악당들은 배를 완전히 드러 놓은 채 검을 높이 들고 덤비며, 주인공들은 그 훤히 드러나는 배를 그냥 베기만 한다. 악당들은 마치 일부러 칼을 맞으려 덤벼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연배우들이 검술이나 여러 무술을 특별히 수련한 것도 아니고, 당시 국내에서는 이들을 지도할 무술감독도 변변히 없었고, 또 스턴트 맨이라는 직종이 확립되어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 하겠다. 


이 영화는 중학교 때 관람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 다시 감상하였다. 중학교 때 관람하였을 때는 꽤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무술영화에서 무술 액션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이 영화에서 조연으로서 오지명과 백일섭이 출연하여 각각 옥화와 장지 일파의 인물로 나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지명과 백일섭이라면 <순풍산부인과>과 <꽃보다 할배> 등과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코믹한 배우로 생각하겠지만, 젊었을 때 이들은 꽤 인기 있는 액션 배우들이었다. 오지명과 백일섭의 그때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재미있다. 


주인공인 박창도(박노식)를 연모하며 따라다니는 태현실의 일편단심은 이 영화의 좋은 양념이라 할까?

  

오늘의 오지명과 백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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