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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Apr 16. 2024

해외여행을 얼마나 추천하나요?

여행에 대한 질문 모음


이 연재를 처음 시작하며 했던 물음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난 10년간 해외여행이 삶의 일부였던 사람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1. 여행은 정말로 세상 경험을 얻는 것일까?


세상이 정해주는 길(공부)을 꾸준하고 열심히 걷던 사람이었다.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정직 근면 성실을 미덕으로 살아왔지만, 반대급부로 융통성과 유연성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단점을 알기에 문제 해결력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여 여행으로 경험을 채우고자 했다. 여행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사람들, 상황들 속에 나를 던지곤 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여행은 다양한 상황에 놓이는가? 경험을 얻는 것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계획 속에 움직였다. 계획표를 짜며 일정을 채우는 과정도 재밌었고, 같은 일정이라도 돈을 덜 쓰거나 시간을 아끼게 되면 기분이 좋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상황은 짜인 틀 속에서 무난하게 돌아갔다. 즉, 예측 가능한 범위라는 것이다. 굳이 다양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이것은 공부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낀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며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것과 발로 뛰며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체감하는 것. 둘 다 차근차근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을 생각해 보자면- 여행은 오감을 자극하며 감수성을 높인다. 여행을 다니며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 웅장한 건물들, 다른 스타일의 도시 풍경들, 꼬부랑 읽을 수 없는 네온사인 간판들. 그간 공부를 하며 굳어져있던 감각과 감정의 표현을 늘린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무엇일까. 모종의 이유로 열차를 놓쳐서 해결하려는 노력, 비행기 출발에 늦을 뻔 함으로써 마음을 졸여보는 것, 가고 싶던 맛집이 문을 닫았을 때, 예약한 호텔과 형편없이 다른 실물로 실랑이하며 다른 곳을 찾거나 머무는 과정, 낯선 사람들에게 겪는 무례한 태도들에 맞서는 모습 등등. 


이러한 모습들은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충분히 겪을 수 있을 일이다. 다만 여행은 그걸 일부로라도 더 빠르고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당시에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크게 곱씹지 않고 지나간 해프닝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들에서의 나'를 바라보고 배우고 성장하고 인정해야 진정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2.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여행 가라~. 나이 들어서 여행 가면 감흥이 잘 안 생기더라.

연재 첫 줄에 썼던 문장이다. 나는 젊을 때 기를 쓰고 더더욱 많이 돌아다니려고 애를 썼다. 내가 보고자란 부모님이 그랬듯이, 3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여행을 못 갈 줄 알았다. 


하지만 10년 사이에 세상이 달라져버렸다. 부모님 세대를 보니, 그간 바쁘게 살아오시느라 미루던 여행을 마치 봇물이 터지듯이 다니신다. 해외여행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은퇴한 친구들과 시간 맞춰 해외 이곳저곳을 패키지로 탐험하시는 걸 보면, 젊을 때만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해외 곳곳을 도장 깨듯이- 정말로 다리 아파지고 건강이 안 좋아지기 전에 후회 없이 다니시는 듯하다. 그리고 일본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주말에 옆동네 놀러 가듯이 자연스럽게 많이 다니더라.  


다만, 사진으로 보는 젊을 때의 여행은 참 예쁘다. 싱그럽고 발랄한 상큼함은 옷을 예쁘게 입는다고 관리를 잘 받는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씩 생겨가는 눈가나 목주름이 신경 쓰이고 더 이상 내 모습의 사진이 상콤하고 예쁘게 느껴지지 않게 되는 시간들이 내게도 다가왔다. 어른들이 흔히 어느 순간부터 본인의 사진이 아닌 풍경, 자연 사진들을 남기게 된다는데 그 마음을 알겠다. 젊음 그 자체의 시간은 엄청난 것이었다. 젊음의 싱그러움을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기기엔 여행이 딱이다. 


그때의 에너지와 열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 가슴이 떨린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설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는 그런 의미에서 가슴이 떨릴 일이 많다. 어느 정도 사회에 물들고 깎인 지금의 직장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단조롭다. 이미 해본 것투성이다. 그렇기에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크게 감흥이 없다. 이젠 계획 짜는 일도 귀찮다. 골목대장처럼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시기도 한 때였다. 




3. 젊을 때 고생해라? 


여행에서 나는 꽤 타이트하고 빡빡한 일정으로 다녔다. 하루 2~3만 보 걷는 것은 기본이고, 무조건 대중교통으로 다녔다. 평점 좋고 저렴한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거나 돈과 시간을 아끼고자 기차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때도 많다. 돈을 벌고 나이가 들수록 가족 단위로 다니거나 좋은 호텔에서 묵으며 보는 눈이 높아질 거 같았다. 체력만 괜찮다면 고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작하는 기준이 낮을수록 포용력이 커진다. '내가 더 힘든 것도 해봤는데, 이 정도쯤이야!' 이런 마음은 쉽게 드는 마음이 아니다. 


특히 20대에 게스트하우스는 정말 추천하는데, 또래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낯선 장소나 사람들에게 대한 거부감이 꽤 적은 편이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과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20대에 몰려있다. 30대 초중반에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며 겉도는 한계를 체감하였다. 우리나라처럼 연공서열이 분명한 곳에선 더하더라. 나이를 밝히지 않았지확연히 느껴지는 아우라에 20대들어려워하는 걸 느꼈다. 대화하는 내용이나 관심사학생과 직장인이 다르듯 나이 대에 따른 변화가 생긴다.





30대 중반, 여행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여행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여행처럼 삶을 산다지만, 그 여행이 시들해지는 시간이 생겼다.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멋진 곳에 가고 추억을 남기는 그 모든 순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원 없이 다녀본 여행이기에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초라해져 버렸다. 조금 많이 슬프다. 모든 것은 자신만의 때가 있다는 말처럼, 여행도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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