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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움 Dec 25. 2022

짧은 메시지의 위로,

23일 금요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나는 건대 입구역에서 2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변역에서 잠실나루를 넘어가는 잠실철교를 지날 때, 창 밖으로 비치는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 있었던 행사를 준비한다고 점심때부터 분주했는데, 따뜻한 지하철 객실칸에 들어가니 긴장이 풀리고 노곤노곤할 찰나였다.


그때, 지하철 안내 멘트가 들렸다.

"여러분, 미리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올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은 12월 동안 훌훌 털어버리고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이번 역은 잠실 나루, 잠실 나루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오른쪽입니다."

사실 기관사님의 이 따뜻한 멘트는 조금 더 길었지만, 대략 생각나는 내용은 이랬다.


누군가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누군가는 지치고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12월 23일이 최고의 하루였을지도,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누구에는 아쉬움만 가득, 누구에는 기쁨이 가득한 2022년이었을 것이다.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우리들은 각자의 삶을 지고, 같은 시각, 같은 지하철을 탔다. 1분도 채 안 되는 찰나에 방송으로 들리는 기관사님의 메시지 하나가 그 시간 마음의 짐, 한해의 아쉬움을 가득 안고 지하철 안에 있었던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환시키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지나가는 2022년의 아쉬움은 훌훌 털어버리고, 2023년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자고. 나에게도 그 찰나에 바로 노트를 적게 만들었을 만큼, 짧지만 큰 여운이 남았던 메시지였다.


짧은 메시지 하나의 힘은 대단하다. 기관사님이 1분도 안 되는 메시지로 나를 포함한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다면, 나도 나의 짧은 글로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누군가에는 희망을 주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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