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그럴싸한 거짓말에 대하여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으나 그중 하나.
기원 3세기경 전쟁에 동원할 젊은이들의 확보와 사기의 부동을 위해 결혼을 금지했던 로마 황제 클라우디스 2세 시절,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발렌타인 주교가 남몰래 군인들의 혼배성사를 집전하다 처형당하게 된 사건을 계기로 그의 기일인 2월 14일이 세인트 발렌타인 데이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발렌타인 초콜릿의 유래
사랑의 순교자 세인트 발렌타인을 기리며 사랑하는 이에게 꽃과 카드를 전하던 유럽의 발렌타인 풍습에서, 초콜릿이 메인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58년 일본의 한 제과회사의 사원의 아이디어에서부터이다.
파리의 발렌타인 데이 분위기를 친구의 그림엽서로 전해받은 일본의 제과회사 메리(Mary’s )의 한 영업사원이 이를 초콜릿 판매를 위한 판촉 아이디어로 제안했고, 이 안을 받아들인 회사는 그 해 도쿄 내 백화점에서 발렌타인 페어를 개최한다.
그러나 이때 발렌타인 데이란 대중에게 너무나 낯설기 그지없는 날로, 50엔의 판초컬릿 3개와 20엔짜리 메세지 카드가 팔려 총매출은 170엔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이어 다음 해, 메리 사는 포기하지 않고 초콜릿 포장에 from, to 란을 만들고, 직접 받을 상대의 이름을 적을 수 있는 하트형 초콜릿을 선보이는 데, 이는 호평을 받고 발렌타인 데이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남기는 데 크게 성공하게 된다.
여기서 그 시절이 어떤 시절이었는지 조금 살펴보자면,
1959년은 일본에서는 첫 여성지가 발간되는 등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의식이 새롭게 발아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의 시점으로 보자면 일 년의 한 번 고백이라는 전제는 오히려 갑갑한 족쇄일 수 있으나, 당시로서 여성이 먼저 사랑을 고백을 한다는 컨셉은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꽤 패셔너블한 아이디어였을 수 있겠다 싶다.
이후 반세기가 지나며 발렌타인 초콜릿은
고백보다는 의리의 이미지가 강해지기도 하고,
초콜릿 러버에게는 다양한 기획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과업계는 물론 각종 산업 전반에 한 번 더 돈이 돌 수 있는 이벤트적 존재가 되었다.
여기서 잠깐.
재미로 짚어보는
오늘.
당신의 발렌타인 데이는
어디쯤의 의미로,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사랑은 그럴싸한 거짓말
여기 한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 커플이 있다.
평소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에 대해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고는 하나,
그녀와 처음 맞는 발렌타인데이에 조금은 신경이 쓰였던 그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한국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야.
일언지하 심플하게 반응한다.
그 이후, 그는 매해 그녀를 위해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발렌타인데이 당일 긴자의 백화점이나 시나가와의 쇼핑몰에서
최고의 초콜릿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물결 안에서
독야청청(?) 쇼핑하기가 너무나 부끄럽고 민망했다는 그.
해를 거듭할수록,
당일보다는 적당히 여유 있는 날 상점을 방문하는 요령과 더불어
각 초콜릿의 스토리까지 살펴가며 자신도 즐기며 초콜릿을 고르는 여유까지 생기게 되었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고백하는 것이 뭣이 중한디.
함께 하는 동안 그저 같이 즐거우면 되는 것.
여기서.
조금 더 단순하지 않은 당신이라면.
그녀의 거짓말에 신경이 쓰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떨까?
그와 그녀는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결심하고 예쁜 반지를 함께 골랐다.
그녀는 펜과 붓은 오른손에 들지만,
다른 것은 거의 왼손으로 하는. 이른바 힘쓰는 손은 왼손인 사람이다.
힘쓰는 왼손의 반지가 불편했던 그녀,
작은 보석이 총총히 박힌 맘에 쏙 드는 예쁜 결혼반지는 오른손이지!
그러던 신혼의 어느 날.
언제나 밝지만, 더 밝은 얼굴을 한 그가 퇴근길 뛰어 들어오며 해맑게 외친다.
한국에서는 결혼반지를 오른손에 낀다며?!
무슨 소리야?
오늘 한국에 대해 잘 아는 동료 여직원과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에서는 결혼반지를 오른손에 낀다며!
이제 알았네!
아.
단순히 왼손에 반지를 끼는 것이 불편했을 뿐인데.
그는 그 연유가 무엇인지 묻지도 못하고 계속 신경이 쓰였었나 보다.
한국에 대해 잘 아는
그러나 뭘 아는 건지 잘 모르겠는
그 동료직원의 한마디가
그의 회색빛 기우를 말끔하게 개이게 한 것이다.
왜 결혼반지를 오른손에 껴?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면 좋았을 텐데…
그에게는 물어보기 어려운 이슈였나 보다.
(어디서 얻은 지식인지 모르겠으나)
동료직원의 말 한마디.
한국에서는 오른손에 결혼반지를 껴.
한국에서도 결혼반지는 왼손이야라는 참. 말보다
한국에서는 결혼반지는 오른손이야라는 거짓. 말이.
얼마나 그의 마음을 일순 편안하게 개이게 했는지.
과연 참과 거짓 중 참만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까?
에필로그
이번에 그는 한 벨기에 초콜릿을 선택했다.
뭔가가 맘에 들어 고른 그 초콜릿은 벨기에 브뤼셀 어느 한 상점에서만 만들어져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그런 초콜릿이 어쩌다 도쿄에 와 있는 것이지?
정식 상점도 없고 오직 이 이벤트 홀에서 일정기간 동안에만 판매하는 것이라
포장이 끝나갈 무렵 듣게 되었다.
벨기에 대표가 아닌 브뤼셀 한 동네 쇼콜라티에가 만든 초콜릿이,
어찌어찌 흘러,
도쿄에 살고 있는 한국인 그녀의 위 속으로 들어가고,
오늘 밤 누군가의 자리끼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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