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소녀/허밍 어반 스테레오
노래한자락_말랑
그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다.
학교 친구들과는 사귀지 않는다는 개인 정책(?)을 가지고 있었던 나.
그 덕분에 스무한 살 이후 학생스러운 연애를 해 본 적이 없구나.
학생스러운 연애가 따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스무 살의 연애도 학생스럽진 않았을 수도 있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몇 해 뒤던가.
따로 불러내더니
서른둘,
많이 봐줬다.
그것도 싫으면 서른네 살이 될 때까지 결혼 안 하면 나랑 결혼하자던 그.
성격상 서른네 살은 가뿐히 넘길 것 같아
마흔세 살 까지라면 생각해 볼 게로 타협을 봤었다.
꽂히면 한 가지 음악만 반복해서 듣는 나에게
마감이 다가올 무렵이라든가 참다 참다못해 제발!! 이라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작업실 멤버에게
누가 우리 키키토네에게 그래!
키키토네 듣고 싶은 거 맘껏 들어!라고
편들어 주는 척하며
키키토네 음악 양껏 듣고 일 다 해 놔
멤버들을 몰고 당구장으로 가던 그.
갑작스러운 단수로.
양치질하다 멈춘 나를 위해
이럴 때 쓰기에 딱이지 하며 젤 비싼 생수를 사다 주던 그.
혹여 그랑 살면 웃기는 많이 웃을 거 같았다.
그런데 혹시 웃지 않는 날이 오면 그날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이 팍팍한 세상에
늘 웃을 수 있는 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오랜만.
얼마 전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이 곡에 문득 네 생각이 났다며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말 걸면 안 되는 건 줄 알았어.
나중에 들으니 유난히 복학생들 많은 과에서 은근히 어려운 캐릭터였다던 나.
친구가 없는 줄 알고 동생들이랑 교수님들이랑 놀았던 나를.
작업실에서 유일하게 놀리던 그.
그가 나를 놀리며 잘 틀던 음악.
찰랑소녀 / 허밍 어반 스테레오
Laughing girl * 5
찰랑소녀가 머리를 길렀어요
구렛나루가 너무나 돋보여요
수부룩 수부룩 덥수룩 덥수룩 수부룩 덥수룩
너는야 마초우먼
찰랑소녀는 연애를 못 해봤죠
나이든 아저씨에게 인기 짱이에요
미끈한 목덜미 볼륨업 엉덩이 매끈한 엉덩이
너는야 글래머걸
이런저런 사진들 너와 나와의 추억얘기
이런저런 보물들 너와 나의 핑퐁얘기
도곡동에 내친구 찰랑소녀
심성고운 내친구 찰랑소녀
Laughing girl * 5
찰랑소녀
찰랑소녀가 머리를 길렀어요
할로윈 데인줄 알고 놀랐어요
화들짝 화들짝
가슴이 쿵쿵쿵
화들짝 쿵쿵
너는야 늑대소녀
찰랑소녀가 도넛에 미쳤어요
비대해진 팔과 다리 육중해요
거대해 거대해 무서워 무서워 거대해 무서워
너는야 레슬러걸
이런저런 농담들 너와 나와의 싸운얘기
이런저런 퍼즐들 너와 나와의 정든얘기
멜로디와 리듬으로만 기억나는 추억의 음악
다시 들어보니 이런 가사였던가?
어찌나 풋풋한지 아 부끄럽다.
그나저나 나이 든 아저씨들에게 인기짱인 타입은 어떤 타입이지?
얼마 전 불필요한 말을 한마디씩 불쑥 덧붙이는 버릇이 있는
에이젼시의 담당자가 했던 말이기도 하다.
대체 어떤 타입인지 아시는 분?
손을 풀고 싶을 때
말 그대로
손가락 운동
마침 그때 들리는 음악의 가사를 타이핑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더러
마음이 말랑 풀릴 때도 있습니다.
유튜브...연결해도 괜찮은 거...죠?
(잘 모르겠는데 아님 알려주세요)
#오후세시
#노래한자락말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