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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Mar 24. 2022

약자를 괴롭히는 찌질한 그 들.

일본 지진대피소에서 성폭행당하는 아이들 

"남편이 죽은 거야? 힘들겠다. 음식이랑 수건이라도 챙겨줄 테니까 저녁에 받으러 와."



쓰나미로 모든 것 잃고 갈 곳도 없는 그녀는, 모르는 남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마웠을 것이다. 그날 밤 음식을 받으러 간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다.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집도 가족도 쓰나미에 떠내려가고, 통신도 두절된 고립된 곳에서 저 남자가 나를 죽여 바다에 버려도, 쓰나미 때문에 죽은 줄 알겠지!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전쟁지에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불과 10여 년 전 일본 동일본 지진 피해지에서 이야기입니다.




2022년 3월 일본에 또 한 번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저는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 흔들림에, 2011년 일본 전역이 공포에 휩쓸렸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피해를 당했던 많은 여성들.

이 중 40%가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10대 여성.

딸 같은 아이들이죠.

2011년 생긴 일이지만, 밝혀진 건 2020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NHK 다큐멘터리 글을 읽다가 피해자들의 아픔이 느껴져 끝까지 읽어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내 딸이 그곳에 있었다면...'



'미친놈들. 싹 다 죽어버려.' 마음속으로 되씹어 욕을 하면서도 글을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무서웠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아서.



'만약 나라면... 절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아.'



정말 그럴까요?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젊은 여자들은 대가성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가족을 잃고 전 재산을 잃은 약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대가로 그들은 성행위를 요구했습니다.





그 옛날 우리의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욕을 하며,

오늘도 진실을 대면하기 두려워 그날의 기록을 찾아보다 다시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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