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싸우는 부부
우리 부부는 11년 차 부부다. 10년이 넘게 부부로 지내면서 정말 많이 싸웠고 서로 진짜 안 맞는다는 것을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체험했으며 이혼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실제로 법원에 이혼서류도 제출했었다.
최악의 결혼생활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싸운 기억이 없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서라고는 생각하고 싶지않다. 사실 조금쯤은 거리를 두고 관심을 줄여주는 것도 싸우지 않는 좋은 방법이긴 하다. 아예 대화를 안 하면 싸우는 빈도가 확실히 줄어든다.
살짝 무미건조하게 거리를 두고 지내지만 상대가 관심받고 싶어 하는 타이밍에는 잘 들어주고 매우 유관심의 자세를 취한다. 이를테면 남편이 막 헬스를 끝내고 돌아와 오늘은 상체운동을 했다며 현관에서부터 윗옷을 벗어재끼며 보디빌더 포즈를 취할 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즉각 남편을 바라본다. 그리고 일단 눈을 크게 뜨고 우와!!! 하며 다가간다. 여보 진짜 어깨 넓어졌다~~ 알통을 만지며 또 우와아~~ 진짜 딱딱해!!! 우와아~~~
남편이 원하는 리액션을 마구 퍼부어준다. 그러면 남편은 행복해하고 기분이 좋아지며 향후 내가 하는 부탁을 잘 들어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나는 이걸 “해피라이팅“ 또는 ”예쁜말대작전“이라고 부른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을 나쁜 쪽으로 몰고 가서 결국 상대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내가 하는 해피라이팅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서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든다.
예쁜말대작전은 뭐냐면
당신 너무 멋있다. 너무 다정하다. 애들한테 자상하다. 1등 아빠다. 여보요리 너무 맛있다. 감동이다.
이거 이거 해줘서 너무 고맙다. 여보가 이런 거 해줘서 사랑받는 느낌이다 등등 이런 예쁜 말들을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예쁜 말을 2년 넘게 계속 말했더니 정말 남편이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잘 안 싸우는 부부가 되었다.
자다 깨서 갑자기 오랜만에 써보는 브런치 글
노트북 켜려니 귀찮아서 잘 안 쓰게 되니까 이제부터 핸드폰으로 그냥 막 써 보려고 한다.
이거 퇴고 안 하고 발행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난 이제 앞으로 너무 고민 많이 하지 않고 그냥 막 할 거니까! 게으른 완벽주의에서 제발 벗어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