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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아 Mulia Jun 15. 2021

마음이 사방팔방 흩어졌던 날들

한 달간의 브런치 공백에 대한 구차한 변명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어쩌면 후회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결코 빠지지 않을 요소인 것 같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만큼 내가 지나간 날들에 대해 대단한 후회를 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지금 느끼는 모든 생각들을 과거의 시간 그 어디쯤에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나아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요즘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명확하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래도 여전히 마음 못 잡고 있는 아들의 문제가 제일 크고, 그다음은 뭐 끊어낸다고 해도 여러 군데로 가지 뻗듯 뻗어나가는 내 성격상 자꾸 레이더에 걸리는 이상하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관계 속의 기류들, 그리고 점점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힘에 부치는 것 같은 내 몸과 마음의 문제들 뭐 그 정도... 당장 먹고사는 일이 시급한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들은 어쩌면 복에 겨운 일들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란 사람은 사소한 일에 울고 웃고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여러 가지 기분들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해도 지금은 시기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으니 혹여 읽으시면서 불편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어찌 됐건 크게 심각하지도 않은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썩 좋은 것도 아닌 채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일주일의 루틴대로 주 3일은 일을 하고, 나머지 날들은 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성실하게 살았다. 어느 날은 속상해서 질질 울다가, 어느 날은 또 기분 좋아서 좀 시원하다가, 또 6월 초에는 정말 벼르고 벼르던 모녀 3대의 여행까지 1박 2일이었지만 짧게도 다녀오고... 그런데도 마음이 개운해지기는 커녕 안개 낀 것처럼 자욱한 느낌만 가득했다.


이런저런 나의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블로그에는 올리면서도 한동안 브런치에는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별일 없는 듯 이어지는 일상과 달리 복잡한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았고, 전에는 내가 글을 안 쓰더라도 자주 들어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댓글도 남기고 했었는데 한동안은 그 마저도 뜸하게 되었다. 나 나름대로는 블로그에 올리는 글과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좀 달리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긴 했지만 그냥 모든 게 뒤죽박죽 엉킨 느낌이랄까... 피드에 작가님들 글이 많이 쌓였을 텐데 생각하면서도 쉽게 들어와 보게 되질 않았다. 


블로그에 올리는 일상과 나의 속내도, 브런치에 쓰는 내 생각들도 모두 나 한 사람에게서 나온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다. 가감 없이 꾸미지 않아 솔직할 수는 있지만 어찌 보면 창피한 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라는 공간에는 좀 더 나은 글을 올리고, 뭔가 정리된 글을 올려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이 있는지 떠오르는 이야기도 없고, 글의 첫 문장이 시작되지 않았었다. 작가님들의 새 글이 올라와 피드는 계속 쌓여가는데 나는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피드에 쌓이는 읽지 못한 작가님들의 글의 숫자만큼 내 마음에도 그만큼의 무거운 벽돌이 쌓여가고 있었다.



브런치에 내가 올리는 글 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내 생각들,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 생각이야 내가 어떤 사람이란 걸 내가 잘 아니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면 되는데 문제는 아이들 이야기... 특히 우리 아들... 고2라 준입시생인데 여전히 변화 없는 것 같은 모습을 보면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이해 안 가는 순간이 참 많은데, 그런 이야기들을 하려면 너무 많이 드러내야 한다. 아들과 나 사이 날것의 그것들을... 누가 보면 저 사람은 엄마면서 뭐 맨날 그렇게 아들 이야기를 구구절절 올리나 싶기도 할 그런 모습들...


그렇다고 아들이 비행 청소년도 아니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들여다보는 카페의 엄마들 하소연들을 보면 그 집 아들이나 우리 집 아들이나 다를 바 없음에 묘한 위로도 되고... 단지 좀 더 지금의 생활에 충실해 주었으면,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뭔가 간절하게 바래서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그런 문제들인데 그런 욕심 같은 마음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긴 하다. 최근에 있었던 정민이 사건처럼, 아이들 관련 사고 소식들을 뉴스로 접하면 내가 지금 이런 걸로 고민하는 게 아니지, 그저 건강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가, 매일 사소한 일들로 아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내가 뭘 잘못 키웠나부터 생각해보게 되는 내가 한심스러워진다.


사소한 일들이 쌓이니 어느 날은 눈덩이 커지듯 감정이 주체되지 않는 순간도 온다. 지난주가 그랬다. 지지난주에 여행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확 나락으로 떨어지더니 갑자기 블로그도 브런치도 하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내 속은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현실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블로그에서 이웃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나도 낯설어 보이고... 물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위로도 받고 잠시 우울한 기분을 잊을 수도 있었지만 핸드폰을 내려놓은 순간 다시 나를 짓누르는 일상의 무거움이 싫었었다.


그럼에도 아침에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블로그를 들여다 보고 브런치를 들여다보는 나는 뭔지... 집에서 일하는 화요일인 오늘도... 일 중간중간 구독 중인 작가님들 글들을 다시 보고 밀린 댓글을 남기고 하는데 갑자기 머리 한 대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분들은 참 꾸준하시구나, 아들에게 꾸준함을 바라면서 정작 난 내 나름의 이기적인 이유로 꾸준하지 못했구나라는 깨달음과도 같은 생각... 어차피 블로그에나 브런치에나 누가 봐주기를 원해서 쓰는 글이 아닌데 한 달 정도 아무 글도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내 글을 구독해주시는 분들께도 면목이 없었다. 나도 피드 위주로 내가 구독한 작가님들 글을 보는데 한동안 피드에 그 어떤 글도 안 올라오니 뭔가 무책임한 것 같다는 기분... 글을 올리지 못했던 나름의 사정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고, 뭔가 예의가 아니지 싶은 생각... 꾸준해라, 책임감을 가져라, 태도가 중요하다, 등등... 수없이 퍼부어댔던 아들에 대한 잔소리가 결국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날이었다 오늘이...


그래서 뭐라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구구절절 변명이 될지라고 그냥 그동안의 나는 어땠다고 뭐라도 끄적여야 될 것 같았다. 내 글을 구독해주시는 작가님들 중에는 내 소식을 기다리고, 궁금해하시고, 또 천천히 쓰고 싶을 때 써도 괜찮다며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사소한 이야기에도 늘 댓글로 공감해주시는 작기님, 함부로 구독을 누르시는 분이 아닌데도 감사하게 내 글을 구독해주신 작가님, 새 글이 없어도 지난 글들을 읽어주고 라이킷 해주신 작가님 등등... 이 글을 통해 새삼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쓰다 보니 이 글 역시 넋두리처럼 길어지기만 했지만 비댓이 없는 브런치이니 이렇게라도 나의 마음을 전할 수밖에... 조만간 아이들의 이야기이든, 나의 이야기이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어 아직은 조금 부담스러운 이곳에 옮겨봐야겠다. 이 말 역시 공수표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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