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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Jan 29. 2024

연탄불을  100-78

#책과 강연#백백글쓰기#연탄불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연탄불을 갈아야 할 시간이 오면 만사 제쳐두고 집으로 뛰어가야 한다. 일단은 연탄불을 먼저 갈아놓고 놀아야 한다.  

친구네 집 앞에서 놀던 그날도 그랬다. 친구의 부모님은 아침 일찍 일 나가면서 친구 어깨에 책임을 얹어 주시고 가셨다. 아마도 연탄불이 꺼져서 살려놓고 숨구멍을 열어놓고 가신 듯하다. 우리가 한참 놀 시간에 한 번 갈아야 저녁까지 꺼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시간에 갈지 않으면, 또 연탄불이 꺼지고 냉골방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고통과 불편함이 기다릴 수도 있다.  친구에겐 놀이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잊을 수 없는 막중한 책임이다. 엄마가  얘기한 그 시간임을 육감이 발동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어김없이 연탄불을 갈러 집으로 뛰어갔다.


함께 놀던 우리도 덩달아 따라 들어간다. 연탄아궁이에 올려둔 뚜껑을 연다. 맨 위 연탄을 집게로 집어서 밖으로 빼놓고 맨 아래 다 탄 연탄재도 집게로 집어서 밖으로 빼낸다. 누런 재로 변해 있어야 할 맨 아래 연탄에 아직 불씨가 많이 남아있다. 조금 있다가 갈아야 할지, 그냥 갈아야 할지 친구는 고민한다. 불씨가 제법 남아 있는 연탄재를 그냥 꺼낸다.  지금 안 갈고 시간을 못 맞추면  또 연탄불이 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맨 위에 절반 정도 활활 타던 연탄을 맨 아래에 넣고 창고에 쟁여놓은 시커먼 연탄을 맨 위에 올린다. 부뚜막에 올라가서 연탄불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아래 연탄구멍과 위 연탄구멍을 잘 맞춰야 연탄불이 잘 탄다.

연탄 타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연탄끼리 구멍을 살짝 비틀어 놓기도 한다.  너무 많이 비틀면 꺼질 수도 있다.  아궁이 아래 있는 숨구멍도 잘 닫아 줘야 너무 빨리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연탄에는 19개의 구멍이 있다. 어른들은 구공탄이라고도 불렀다. 연탄이 왜 구공탄인지는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연탄불을 갈 때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연탄구멍 맞추기다.  연탄이 타면서 발생하는 가스를  피할 수 없다.  피하려고 용을 써보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곤혹스러워야 연탄 갈기는 끝난다. 마지막으로 부뚜막 뚜껑을 닫아야 한다. 뚜껑에는 호수로 연결되어 있는 커다란 물통이 있다. 연탄불이 타면서 발생하는 열로 옆에 통에 있는 물을 데우는 뚜껑이다.  뚜껑을 덮어 놓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옆에 큰 물통에 물이  얼마큼 있는지도 확인하고 가득 채워 놓아야 뜨거운 물을 맘껏, 바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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