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모드 100-77
#책과 강연#백백글쓰기# 감상모드#노래
TV 채널을 검색하면 노래 경연 프로가 많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연하는 전통 가요가 많다. 음주 가무가 젬병인 나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게 한다. 음치, 박치가 듣는 모든 노래 경연자들은 모두가!, 전부! 다! 잘 부를 뿐이다. 미세한 차이는커녕 음정이나 박자가 틀려도 도통 모르겠다. 모두가 잘하고 차이를 몰라서 시청할수록 따분할 뿐이다. 내가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은 가사를 위주로 듣는다. 가사가 시처럼 감성이 좔좔 묻어나면 그 노래를 듣게 된다. 동화 구연을 배우고 나서부터 한 가지 추가된 것이 있다면 가수의 호흡과 발음에도 귀가 열리기도 했다.
어른들이 시청 중인 프로그램에 가수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장면이 나왔다. 가수니까 당연히 노래는 잘하겠지 하는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무심코 듣고 있었다. TV를 등지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4살 배기 조카가 " 노래 잘 부른다"라며 무심코 혼자 내뱉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음정과 박자를 듣고 있는 4살 아기가 신기 방기했다. " ○○야! 저 아저씨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 어떻게 알아?" 질문을 해놓고 바로 후회하는 순간이다. 말 배운 지 얼마 안 된 아기한테 난 어떤 대답을 기대했는지 살짝 부끄러워졌다. 어떤 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야! 저 아저씨 노래가 피아노 음이랑 딱! 딱! 맞아서 잘 부른다고 한 거야?" 그제야 "네"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노래를 감상하는데 쓸데없는 것에만 집중한 것 같다. 노래를 감상하는 방식이 나보다 수준 높은 것 같아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나에게도 재미있게 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시청자의 신청곡을 불러서 점수가 높은 가수를 선택한 신청자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나의 관점은 가수들이 노래를 더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경쟁은 하지만 경제자를 배제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흥'을 맘껏 즐기는 모습이 좋다. 편을 따지지도 않고 경쟁자가 노래를 불러도 흥이 오르면 신나게 춤도 추고 상대편 이언정 기꺼이 노래 지원 사격도 불사르는 모습이 보는 사람도 흥겹게 한다.
경쟁팀이 노래를 부를 때 신나게 흥을 즐기고 박수를 쳐준다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진정한 노래하는 사람 같다. 그렇다고 경쟁이 뒷전인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못해야 내가 이긴다는 생각에 방해하지 않아서 좋다. 경쟁을 즐기면서, 서로가 서로를 응원도 보낼 줄 아는 사람들이 진정한 경쟁꾼이 아닐까 싶다. 경쟁자를 경계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대결하는 모습. 상대가 본인보다 잘해도 박수 쳐주고, 못했어도 응원을 아끼지 않고 함께 흥을 즐기는 모습이 따뜻해서 좋았다. 흥이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그들을 보면서 흥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노래란, 정확한 음정과 정확한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음정 박자에 집중해서 감성을 전달하려는 모습도 좋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은 왠지 경직되어 있는 것 같다. 노래를 부르며 흥을 만끽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