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 터지는 100-76
#책과 강연#백백글쓰기#14기 #팡핑#딸기
한 시간여를 신나게 달려갔다. 대부분의 과일이 싱싱한 맛이 1순위다. 딸기는 더더더 싱싱한 맛으로 먹어야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싱싱할수록 새콤달콤한 농도가 짙어짐을 알기에 갓 수확한 딸기 맛이 당긴다. 추위에 지친 바이오리듬을 깨우기 위해 그나마 가까운 농장을 찾아서 달린다.
자동차가 달릴수록 회색빛 빌딩을 벗어난다. 양쪽으로 펼쳐진 논들이 시야를 넓혀준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휴식에 들어가 있는 벌판에 한가로움이 가득하다. 군데군데 비닐하우스가 누에처럼 누워 있다. 농장이 가까워질수록 고향 내음이 틈을 비집고 들어 온다. 구불구불 논길을 가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네비 아가씨가 알려준다. 비닐하우스 앞에 주차 하자 농장 주인이 나와서 인사하신다. 예약을 하고 왔기에 우리가 몇 시쯤 도착하는지 알고 기다리고 계셨나 보다. 딸기가 포장된 하우스로 우리를 안내하신다. 상자에 담긴 싱싱한 딸기에서 과즙이 팡팡 터질 것 같다. 딸기를 미리 수확하지 않아서 포장된 딸기가 많지 않다고 설명하신다. 예약 전화를 받고 손님이 도착하기 전에 따서 포장한단다.
큼지막한 딸기를 하나씩 주며 맛보라고 인심을 쓰신다. 냉큼 받아서 입안에 넣고 깨문다. 새콤하고 달콤하고 싱싱한 과즙이 터져 입안에 퍼진다. 상큼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는 건 덤으로 따라온다. 갓 수확해서 담긴 딸기는 눈으로만 보아도, 싱싱하다 못해 밭으로 뛰어갈 것 같아서 흡족 그 이상이다. 농장까지 왔으니 딸기 농장도 구경할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여쭈어본다. 흔쾌히 승낙하신다. 바로 옆 동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 주신다.
양쪽으로 딸기 모종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내 키의 가슴만큼 올라와 있는 딸기 모종이 낯설다. 까만 비닐이 모종을 덮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딸기 무게가 버거운지, 가지는 휘어서 까만 비닐 위에 누워 있다.
내가 어릴 적에 본 딸기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땅에서부터 두둑을 올려서 발목 위치에 딸기 모종이 심어져 있었다. 딸기를 따기 위해서는 무릎을 굽혀서 쪼그리고 앉아야 했고, 허리를 굽혀야 했다. 하루 종일 불편한 자세로 수확했다. 운반도 오롯이 농부의 몫이었다. 수확하는 동안 쑤시는 삭신을 감당해야 했던 우리 부모 세대의 농장 모습이었다. 늘 파스로 도배를 해도 하루를 겨우 견뎠던 농부들을 보았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온 딸기 농장은 놀랍다. 딸기 모종은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수확할 수 있다. 딸기 두둑의 간격은 리어카가 다닐 만큼 넓다. 바닥도 흙이 아니라 시멘트를 깔았다. 바퀴가 쉽게 굴려 가서 운반도 수월 할 것 같은 최적의 재배 환경이다. 발전된 농업환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딸기 하우스를 한 바퀴 돌고 나와서 농장 주인과 인사를 나눈다. 포장된 딸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도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