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100-75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우동#별빛
ㅡ친구는 강원도 원주로 갔다. 학업 때문에 엄마를 떠나왔지만 결혼 전까지라도 홀로 계신 엄마랑 살고 싶다는 이유를 만들어서 갔다. 여름 아이 2명, 겨울 아이 2명, 그렇게 4명이서 허구한 날 몰려다니다가 겨울아이 1명이 떨어져 나갔다. 하루만 안 봐도 눈에 가시가 돋을 것 같았다. 맘만 먹으면 달려갈 것 같았던 마음도 식었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도 1년에 2번은 만났다. 여름 아이들 생일은 1주일 차이 나고 겨울 아이는 한 달 차이가 났다. 생일을 기준으로 좋은 날을 잡아서 여름에는 그녀가, 겨울엔 우리가 원주에 갔다.
낭만이 빠지면 시체였던 시절이었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원주역에 도착하면 새벽녘이 된다. 기차가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기다렸을 그녀가 개찰구를 나가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우리를 반긴다. 우리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하얀 이 드러내며 활짝 웃던 그녀 모습.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었어도 시들지 않고 한 송이 꽃이 되어 가슴에 남아 있다. 별이 총총 박혀서 빛나고 은빛 은하수가 흐르는 원주역의 새벽하늘은 겨울이 무색할 만큼 포근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가 서로 껴안고 팔짝팔짝 뛰었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별들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겠지.
양쪽으로 팔짱을 끼고 포장마차로 향한다. 원주에 왔으면 원주의 명물을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고 한다. 새벽이라서 입맛 없다고 하는데도 우기듯이 기어이 끌고 포장마차 앞으로 간다. '우동 맛이 우동 맛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친구가 먹어야 한다니까 먹어준다는 마음이 크다. 주문한 우동이 나올 때까지 서로 안부를 묻느라 떠들썩하다. 입맛은 핑계였고 사실은 포장마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더 컸다. 그런 이유를 알일 없는 친구는 원주에 오면 무조건 우동을 먹을 만큼 우동이 유명하다고 자랑한다. 원주까지 오느라 애썼으니 한 그릇씩 먹으라고 재촉한다. 코끝에 스치는 상쾌한 새벽 공기와 은하수가 흐르는 하늘을 이고 먹는 우동 맛은 가히 아름답다. 어쩌면 우동이 아니라 생수를 먹었어도 꿀맛이었는지도 모른다. 따뜻한 국물이 속을 데우는지 친구 마음이 가슴을 데웠는지 그날, 그 겨울 새벽은 따스했다. 밀렸던 우리들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얗게 태웠다.
가끔, 우동 한 그릇이 그리워진다는 것은
그 친구들이 보고 싶은 이유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