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기로운 민정 Jan 30. 2024

달고나를 100-79

#책과 강연#백백글쓰기#14기#달고나

연탄재에 남아있는 불씨가 너무 많아서 길에 버리기는 위험하다. 물을 부어서 불을 완전히 끄고 내놓던가, 바람 안부는 부엌 한쪽에 두고 자연스럽게 꺼질 때까지 두었다가 버려야 한다. 불씨가 많은 연탄을 가는 일은 거의 있지 않다. 그날은 부엌 중앙에 두고 쫀드기를 구워 먹기로 한다. 옹기종기 앉아 아웅다웅 불을 쬐며 구운 쫀드기를 먹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좋은 생각이 났다고 친구가 벌떡 일어난다. 국자, 설탕, 소다를 준비해 온다. 젓가락은 내가 가져다준다. 연탄재에 남은 불은 달고나 하기에 딱 좋은 불이다. 불이 지나지게 세면 타버려서 낭패를 본다. 모두가 달고나 먹을 기대감이 수직 상승하는 눈빛들이 친구에게 모여든다.


국자에 설탕 세 숟가락 정도 담는다. 연탄불에 올리고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설탕을 녹인다. 지글지글 설탕이 끓으면 소다를 한 꼬집 넣는다. 빠르게 저어서 끓어오르면 쟁반에 붓는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도구는 그때마다 내가 조달한다. 달고나가 기 전에 납작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물건이 없다. 달고나는 빠르게 끓고, 빠르게 타버리고, 빠르게 굳어버린다. 동작이  재빨라야 한다.  손으로 만 달라붙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서 만질 수는 없다. 부엌 선반에 엎어진 스테인리스 대접을 가져와서 말랑말랑한 달고나를 납작하게 누른다. 스테인리스 그릇 뒷면으로 누르면 빨리 식기도 하고 예쁘지는 않아도 납작하게 만들 수는 있다. 모양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모양이 중요하지 않다. 어렵사리 만든 달고나를  입안에 넣는 순간 달콤함과 함께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달콤함의 희열은 갈망을 부른다. 모양이 엉망진창이 되어도 서로 먹겠다고 달려든다. 달고나 맛에 홀릭되어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집어먹기 바쁘다. 만드는 속도가 먹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연탄불이 꺼질 때까지 달고나를 만들고 먹고를 정신없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있을 때, 부엌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온다. 친구 부모님이 들어오신다.  도망가듯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다음날, 달고나 만들었던 국자를 시커멓게 태워서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을 국자 때문에  화난 엄마 얘기를, 돌아오는 장날에 국자를 다시 사야 한다는 이야기를,   달고나 만들 때 사용했던 그릇들을 닦느라 애썼던 얘기를,. 그래서, 집에서 쫓겨날 뻔 한 사연을 하소연했다. 안 들어도 알고, 안 봐도 비디오다. 나도 그랬었거늘. 내가 말렸을 때 괜찮다며 당당했던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풀이 죽어 다. 얘기하다가  문득, 달고나 맛생각나고, 만들었던 일은 즐거움이었기에 어느덧 억울한 마음까지도 사라졌는지  둘이서 깔깔 웃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연탄불을 100-7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