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기로운 민정 Jan 31. 2024

은하철도 999   100-80

#책과깅연#배 백글쓰기#AI#로봇

친구랑 식사하러 식당에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끄럽다.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출입구 쪽 통로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들어오는 사람들이 엉켜 복잡한 구역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이리저리 피하지도 못하고 실례한다고 목이 쉬도록 외치는 서빙로봇이 안쓰럽기도 하고 재미있다.


햇살 좋은 창가 좌석에 앉기가 무섭게 , 테이블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오더기가 기다리고 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니 생기가 돌아온다. 화면을 이리저리 밀고 올리고 터치하면서 메뉴를 탐색한다.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 선택했더니,  이제는 결제하란다. 지갑을 열어 카드를 넣으니 주문이 완료됐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메뉴를 선정하고 오더를 넣고 결제하는 일은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 되어 있다.


음식이 올 때까지 밀린 숙제를 하듯 담소를 나누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린다. 식사 나올 시간을 느낄 때 즈음, 주방 쪽에서 음식을 들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 들어올 때 사람들이 많아서 초 간격으로 "실례합니다"를 외치던 이모인지, 삼촌인지(서빙 로봇)가 새색시 마냥 음식을 가지고 오고 있다. 어떻게 찾아왔냐고 묻고 싶은데 이마에 "5"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우리 테이블 앞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슬금슬금 잡더니 멈춘다.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상냥하게 얘기한다.  "고객님! 주문하신 메뉴가 도착했습니다. 메뉴를 꺼내신 후 확인 버튼을 꼭 눌러 주세요"라고 한다.  "시릉데용~  이모가 꺼내 줘~ㅎ"라고 한 내 말은 귓등으로 듣는다. 친구가 애썼다며 확인 버튼을 누른다. "고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떠나버린다.

친구도 "그랭그랭~, 너도 행복한 하루 되라고 하고 보내준다. "저‥저기요! 이‥ 이모?!  사‥삼촌! "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묻고 싶은데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  


식사를 하고 필수 코스 카페를 찾는다.  마침 근처에 무인 카페를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어 가보기로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른 카페나 다름없다.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이 미음에 든다. 잔잔한 음악도 흐르고 테이블도 몇 개 있어 앉아서 얘기 기 딱 좋다.  


기계 앞에 가서 커피와 유자차를 선택하고 결제 끼지 한다. 컵을 받으라고 해서 기다리니  옆에 기계에서 종이컵이 찰칵 내려온다. 이제는 종이컵을 음료가 나오는 입구에 잘 맞추어 올려놓으라고 한다. 친절하게  컵 놓는 위치를 표시까지 해두었다. 컵을 려놓으니 딸깍딸깍 촤롸롸~ 하면서 뜨거운 음료가 나온다. 커피인지 유자차인지 묻고 싶은데 기계 화면에 그림으로 보여준다.  주문한 순서대로 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유자차도 역시나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해서 받아서 테이블이 있는 좌석에 앉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AI가 시키는 대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다. 왠지 로봇 심부름을 우리가 다 했다는 느낌이 슬그머니 든다. 로봇과 소통하면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세상에 살고 있다.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자연스럽게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가 공상이라고 치부했던 이야기들이, 현실화되어 내 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은 별로 없고 로봇들과 소통하면서 보내는 일상을 상상도 못 했다.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무섭도록 변해가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달고나를 100-7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