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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Feb 05. 2024

복을 100-85

#책과 강연#백백글쓰기#입춘#복

입춘은 지났어도 동장군은 아직 물러갈 기미가 없다. 비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너트리고 진눈깨비가 내린다. 동장군의 마지막 바락쯤으로 여겨도 좋을 듯하다. 봄 앞에서 떠나가려는 동장군의 미련쯤으로 해석하며 창문 너머 풍경을 감상한다. 눈이 아닌 듯 눈이, 비가 아닌 듯  비가 내린다. 봄을 맞이하는 내 마음 같다.  지나치게 움츠려서 담이 올 것 같은 추위 때문에 빨리 봄이 왔으면 하다가도 막상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는 이 마음을 오늘, 이 날씨가 잘 나타내주고 있는 듯하다.  


입춘을 맞이하여 지인들에게 입춘 인사를 보냈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봄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답장이 있다.

1년 동안 운수 대통하려면 꼭 지켜야 할 7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돈 낭비하지 말 것

두 번째, 굶지 말 것

세 번째, 남에게 아무것도 빌리지 말 것

네 번째, 물건 버리지 말 것

다섯 번째, 먹는 음식 버리지 말 것

여섯 번째, 빗자루 질은 밖에서 안쪽으로 쓸 것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남의 흉을 보지 말 것이라고 한다.

입춘 하루만큼은 이렇게  일곱 가지를 실천하면 1년 동안 복을 불러온다고 한다.

첫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 지키기 어려운 항목은 없다. 1년 내내 지켜야 하는 것도  아고 입춘 하루쯤은 이렇게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곱 가지 중에 내가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일 한 가지가 있다. '두 번째, 굶지 말 것'이다. 꼭, 3끼를 먹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꼭! 그래야 한다"라고 한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하루 세끼 식사가 나에게는 어렵다. 2끼도 최선이었지만 입춘 하루만큼은 3끼를 챙겨 먹어보기로 한다.

아침엔 간단하게 계란 프라이로 시작한다. 점심은 싱싱한 채소를 듬뿍 넣은 된장 비빔밥으로 싱그러움으로 채워본다. 저녁은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냉장고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백김치를 발견한다. 백김치와 남은 채소를 쏭쏭 썰고 백김치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후루룩 먹는다. 나름 세끼를 꽉 챙겨 먹뿌듯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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