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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Feb 07. 2024

꽃을  100-87

#꽃#봄

앙상한 나뭇가지에 바람이 휑하니 지나간다.  햇살도 나오지 않는 회색빛 짙은 날! 꽃이 그립다. 꽃을 찾아서 한 시간여를 달려간다.  꼬불꼬불 2차선 길이 고향 마을 길 같아서 정겹다.  갈 길을 잃은 까마귀 떼들이 전깃줄에 빽빽하게 앉아서 텅 빈 들녘을 내려다보고 있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화훼 단지가 나온다. 어느 대형 비닐하우스 앞에 주차를 한다. 설렘을 가득 안고 출입문을 연다. 끝없이 줄을 지어 앉아 있는 형형색색 꽃들이 유혹한다. 꽃향기 보다 거름  냄새가 먼저 코 끝으로 려 들어온다.  눈을 현혹시키는 온갖 꽃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취한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몰라 잠깐 망설여진다. 대부분의 꽃들이 먼 고향에서 왔는지 이름들이 낯설다. 빛깔도 화려하고 꽃송이도 크고 화려하다.  모습만큼이나 매혹적인 향기는 없다. 어쩌면 다행 인지도 모르겠다. 이 많은 꽃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뽐낸다면 과연 향기롭다고 할 수 있을까?!  상상하면 차라리 눈으로만 즐 길 수 있음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이름도 알 수 없는 화려한 꽃들의 틈바구니에서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꽃이 숨어 있다. 반가움에 미소가 번진다.

외국 여행하다가 자국 사람을 만 난 것 같은 반가움이다. 하나하나 보면 기분 좋고 힐링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름도 모르는 이국적인 꽃을 너무 많이 보아온 덕분이 아닌가 싶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 줄 것 같은 프리지어도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때쯤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풀 향기가 좋은 프리지어를 신문지에 둘둘 말아도 그 예쁨이 수수해서 좋은 꽃이다. 그런데 벌써 지고 있어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봄의 전령사 철쭉이 입구에 앉아서 배웅해 준다. 짙은 빛깔로 화려한 자태로 봄을 데리고 올 것 같은 믿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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