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 때는 철저한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남자가 아무 짓이나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예시가 남자의 일방적 이혼이라는 게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부득이하게 이혼을 해야만 하겠다고 생각이 된다면 임금에게 호소를 하여 특별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희극의 파편」은 단편, 장편 희곡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을 선별해 그 감정적 여운과 미학적 장치를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사유해보는 비평적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독자와 함께 놀아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희극의 파편」 마흔두 번째 작품은 차천로의 '오산설림초고'입니다.
오산설림초고는 조선시대 문신 차천로가 여러 시편의 시화, 명인의 일화 및 사적 등을 수록한 시화집, 야담집입니다.
그 중 여인의 정절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내용은 정말 간단합니다.
왕에게 직접 이혼 허가를 신청한 두 남자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는 걸 몸소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왕 '성종'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요?
부담없이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고 가세요^^
첫 번째 남자입니다.
어느 한 벼슬아치가 혼인한 지 사흘만에 이혼하겠다고 특별 허가를 신청한 사건이었습니다.
성종은 신하들에게 물었습니다.
'신부가 이미 실행한 사람이라니 어찌 생각하는가?'
그럴 까닭이 없사옵니다. 신부의 집은 엄하기로 이름이 있습니다. 딸이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습니다.
그러냐?
만의 하나라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딸의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이더냐?
한 가지 의심가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 남자는 엄청난 술꾼입니다.
혼인날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신방에 겨우 들어가더니 그대로 쓰러져 코를 골았을 겁니다.
그럼 그 다음날은?
이튿날도 그랬고, 그 이튿날도 그랬습니다.
여봐라, 여의를 불러오너라.
임금은 여의를 불렀습니다. 당시엔 기생 출신의 여자 중에서 골라 의술을 배우게 하여 필요에 따라 심부름을 시켰다고 합니다.
임금은 여의에게 그 신부의 몸을 살펴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파견된 여의가 다녀와서 그 신부의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신랑을 불렀습니다.
너의 청원은 허락할 수 없도다.
예?
너는 술이 과하다지?
...
아마 술이 취하여 신랑 구실을 제대로 못하였구나. 그러니까... 취해서 네가 잘못 본 것이다.
...
너의 잘못은 까맣게 잊은 채 신부의 잘못인 줄만 알다니.. 이런 파렴치한 것. 어서 가서 그 여인을 아내로 삼아 백년을 해로하도록 하라... 알겠느냐?
예, 예...
두 번째 남자입니다.
첫 번째 남자와 사연이 비슷했습니다.
후취(두 번째)로 얻은 여인과 신방을 치렀으나 처녀였다는 흔적이 없습니다.
여의에게 검사를 받아보았다고 했나?
예, 이미 검사를 받았는데.. 그렇습니다.
틀림이 없는가?
감히 거짓을 아뢰기야 하겠습니까..
성종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러고는 신부의 집안과 환경을 조사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관을 불렀습니다.
신부의 친정에 가서 집의 모양을 그려가지고 오너라.
내관에게 건물과 건물의 배치와 담의 높이가 어떠한지, 건물의 구조는 어떤지 자세히 그려오도록 시켰습니다.
며칠뒤, 내관이 파견되어 자세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러나 그림에 의하면 돌과 흙으로 쌓은 담은 높고 신부가 거처한 건물과 멀어 외부에서 쉽게 숨어들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해답을 알 수 없어 다시 고민에 빠질 찰나,
성종은 건물 구석에 숨겨진 다락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이냐?
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다락이옵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설경이 절묘하다고 하옵니다.
신부된 사람도 자주 올라갔다고 하느냐?
예. 어릴 때부터 수시로 오르내렸다고 하빈다.
옳거니. 그거였구나.
예?
아니다, 네가 알 필요는 없다.
성종은 조용히 그 벼슬아치를 불렀습니다.
걱정이 되겠으나 그러지 말게.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예?
신부된 사람이 처녀가 아닌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높은 다락에 오르내렸기 때문에 몸이 그렇게 된 것뿐이다. 그러니 신방을 꾸몄을 때 처녀라는 흔적이 없었음은 실행하였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파열된 것이니라.
어떤가요?
저는.. 어, 내가 뭘 읽은거지.. 하며 당혹감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소개를 할까말까 꽤 고민을 했지만, 그럼에도 당대의 시대상과 정서를 이해하는 데에 의미를 둔다고 할까요,
제가 고전희곡을 읽으며 늘 경계하며 드는 생각이.. 그럼 한국적인 무엇이 있는가, 라는 질문인데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중간중간 한국 민담, 그 중에서도 서민들의 스스럼없는 야담에 관한 내용을 읽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에서 다소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화의 내용이기도 하니까.. 무언가를 향유하긴 위해서 어떠한 진실성? 에 대한 폭넓은 순종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시에 그것 자체를 인지하는 것(어떤 삶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의 즐거움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극의 파편」은 독자가 가볍게 마주할 수 있도록, 그저 장면을 꺼내어 놓기만 합니다.
적용 질문입니다.
1. 살면서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다루나요?
2. 그것은 입밖으로 꺼내야 하나요, 혹은 침묵해야 하나요? 현실적으로, 윤리적으로,
3.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나요? 정치적으로,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하고 싶나요?
4. 그렇게 해서 해결이 되었나요? 내가 탐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희극의 파편」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골라내고, 붙잡고, 말로 돌려줍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
오늘의 카톡입니다.
엄마에게 온 의문의 카톡
뽀뽀를 37번 시도하다가 결국 물린 견주ㅋㅋㅋ..
사람들은 다 욕하지만 그 뽀뽀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너무 가까워서 견디는 것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