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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나비 Oct 04. 2022

혹시 나쁜 관계가 지속되길 바라고 있진 않나요? 1


인지심리학의 대가 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그의 저서 <관계 수업>을 통해 뼛골 때리는 질문을 한다.


“진정으로 관계가 개선되길 바랍니까? 사실은 지금 불편한 관계에서 얻고 있는 것이 있어 내심 이대로 유지되길 원하지는 않습니까?”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무척 불쾌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관계에서 오는 갈등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모든 것이 ‘니가 원해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번즈 박사가 구체적인 12가지 이유를 언급하자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번즈박사는 우리가 권력욕과 지배욕, 복수심, 상대방 저지르는 불의를 심판해 주고 싶은 정의감, 자기애, 자존심과 수치심, 문제의 원인을 누구 한 명에게 몰아주고 싶은 희생양 만들기,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 자신을 도덕적으로 우울하다 느끼게 해주는 남 탓하기, 내 잘못은 없고 희생자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자기 동정, 타인에 대한 분노, 경쟁심 그리고 경제적인 이익 같은 감춰진 이익들로 인해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나쁜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설명한다. 그는 나아가 관계가 진짜 개선되길 바란다면 내가 싸움에서 얻는 이득을 원하는지 아니면 사랑하는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원하는지부터 먼저 결정한 후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남 탓’하기를 멈추고 자신이 변하겠다고 결심하라고 조언한다.      


그가 그냥 ‘ 당신이 변해야 상대가 변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공허한 조언만 했다면 ‘말은 쉽지’라고 생각하며 무시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의사소통에서 흔히 범하는 18가지 오류를 점검하고 좋은 소통을 위해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고 말속에서 진실을 찾고 내 기분을 솔직하고 요령 있게 표현할 줄 알며 짜증이 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을 보여 주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준다.   

   

사실 우리가 관계 맺고 대화하는 방식은 살아온 세월만큼 정형화되고 패턴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선 필라테스의 자세 교정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필라테스를 할 때 심하게 틀어진 사세를 교정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문제점 진단이다. 그리고 매번 틀어진 곳을 의식하면서 100번이고 1000번이고 반복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바른 자세로 교정해나간다. 어느 순간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면 그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만성통증에서 벗어나 훨씬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의사소통도 마찬가지이다. 번거롭지만 초반에는 내가 가진 문제를 기준점에 비추어 일일이 점검하고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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