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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나비 Oct 04. 2022

혹시 나쁜 관계가 지속되길 바라고 있진 않나요? 2

이를 위해서 번즈박사는 주기적으로 관계일지를 쓰며 자신의 화법을 점검하라고 한다. 그가 제시한 관계일지 방식은 다음과 같다.      


1단계상대방의 말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그대로 적으십시오. 간결하게 쓰십시오     

2단계내가 한 대답

당신이 한 말을 그대로 적으십시오. 간결하게 쓰십시오     

3단계: 좋은 의사소통과 나쁜 의사소통

당신의 대답은 좋은 의사소통의 본보기입니까, 아니면 나쁜 의사소통의 본보기입니까?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공감-주장-존중 측정표’나 ‘의사소통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 표’를 이용해서 위 2단계에서 적은 것을 분석해 보십시오.          

4단계 결과

2단계에서 기록된 당신의 대답은 문제를 개선했습니까? 아니면 악화시켰습니까?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5단계더 나은 대답

‘효과적 의사소통의 다섯 가지 비결’을 이용하여 2단계에서 쓴 당신의 대답을 수정하십시오. 수정된 내용을 하나씩 쓸 때마다, 그것이 다섯 가지 중 어떤 기법인지 적어 두십시오. 반응을 수정해도 효과가 없다면 다시 시도해보십시오.          


번즈는 자신의 문제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도구로 ‘공감-주장-존중 측정표’와 ‘의사소통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표’를 제시하였다. 필라테스를 할 때는 선생님이 매번 우리 자세의 문제점을 지적해 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관계 언어의 문제점’을 지적해줄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다. 또 계시다 한들 어떻게 일일이 따라다니며 관리해 줄 수 있겠는가? 따라서 번즈 박사가 가르쳐준 도구를 공부하고 반복적으로 적용해 봄으로써 몸에 익히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우선 ‘공감-주장-존중 측정표’에 대해 알아보자. 번즈박사는 좋은 의사소통의 첫 번째 특징이 공감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일을 듣고 보려는 태도이며 상대방의 비판이 부당하고 관점이 다를 때도 그 사람의 말에서 일말의 진실을 찾으려고 애쓰는 태도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를 떠나서 상대방의 말에 근거해서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좋은 의사소통의 두 번째 특징은 자기표현이다. ‘네 말을 들으니 조금 슬퍼’‘불안해’‘당황스러워’‘외로워’‘부끄러워’ 등과 같은 말로 대화 당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상대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요령 있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 중 짜증스럽거나 답답하더라도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마지막까지 상대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번즈 박사가 제시한 두 번째 도구는 ‘의사소통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표’이다. 이것을 통해 대화 중 자신이 어떤 오류를 범하는지 점검할 수 있다. 자기는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주장하는지는 않는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의 열등감이나 수치심을 자극하기 위해 거칠고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지, 대화의 초점을 피하거나 예전에 섭섭했던 케케묵은 일들을 들춰내지는 않는지, 화가 잔뜩 났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문제를 피하진 않는지, 다른 사람의 감정은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진 않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충고를 늘어놓진 않는지, 제대로 표현도 하지 않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토라지진 않는지 표를 보며 나의 대화를 진단해 보면 반드시 걸리는 항목이 있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 관계일지를 쓰며 내가 은연중에 나의 잘못이나 약점 잡힐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방어적 태도를 자주 취하며 자주 어쭙잖은 충고를 늘어놓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대화할 때 나름대로 공감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상대의 처지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보다는 나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줄까’에만 급급해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잘 읽어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을 요령 있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도 매우 서툴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다. 


관계일지를 쓰고 자신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평소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들이 사실은 심하게 뒤틀려 있다는 사실은 자아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자세를 교정해야 고통이 사라지듯이 나의 문제점을 교정해야 더 건강하고 사랑이 가득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기에 한편으로 성장통이 즐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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