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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모 Nov 26. 2020

춤을 추고 싶다

춤추기엔 너무 가까운 세상

 나는 몸치이다-


그러나 음악은 좋아하는데, 밖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지금 침대에서 굼벵이처럼 꿈틀거리고만 있기엔 등에 알이 배겨서 몇 평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음표에 맞춰 어깨를 흔들고 있다. 격렬하면서도 격하지 않게.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얇은 벽을 타고 노랫소리가 새어나갈까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무선 이어폰을 귀에 매달고 춤을 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움직임처럼 느껴져서 너털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자유로운 움직임은 형태를 갖추지 않았고 부정확하다는 명목 하에 세상에 나가지 못한다. 음 내가 관중이어도 이런 모습은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일 것 같으니. 하지만 밖에 내다 놓지 못한다고 못 추리라는 법이 있는가.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이 고요한 공간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형상들은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부끄러움의 본질을 몰라서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아도 됐었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도 교실 앞에 나가 유행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장기를 뽐낼 수 있었다. 어정쩡한 춤사위에도, 나와 같이 어렸던 구경꾼들은 각자 리듬을 타며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숨기지 않아도 됐었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점점 이상하게 쳐다보려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그 사람이 부러웠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깔보기도,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 여러 시선들이 오고 가는 홍대 길바닥에서 그는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느 플랫폼에 나오는 연예인들만큼 뛰어난 춤선을 뽐내고, 옆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보다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겠다는 듯 목청을 높이는 버스커들 사이에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처럼 어설픈 그 사람은 주변과의 비교를 초월한 몸짓을 이어나갔다. 옆으로 맨 가방을 털썩 내려놓고 원형으로 그를 둘러싼 무대 끝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한 멜로디에 익숙하지 않은 몸짓은 사람을 홀리듯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나를 시작으로 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자리를 잡고 앉는 사람들은 저 움직임을 뭐라 생각하고 있었을까.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려는듯한 그 날의 그림은 여러 갈래길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나의 생각을 뒤틀어 주었다. 한 길을 택하면 끝을 볼 때까지 이어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채 당장 눈 앞의 할 일을 쫓아가는 데 급급했는데. 선택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 깊이 간절히 원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변명하며 포기했던 길과 연결된 샛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잠깐 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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