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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모 Feb 01. 2021

인간관계의 단절

잘린 목

사무실을 갔더니 목을 잘라줬다. 다들 목이 잘려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어서 편하게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잘린 목을 다시 돌려받은 사람들은 그걸 비어있는 목에 다시 붙이든 옆구리에 끼고 가든, 놓고 가든 자유였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권.
나는 목에 시커먼 자국이 남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내 머리를 조심히 진열대 위에 보관하고 돌아왔다.


오래 누워있었다.

다른 생각을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만 침대에서 나오라 하는 가족들의 소리는 머리 바깥쪽만을 윙윙 돌뿐이었다. 나는 이 우울한 감정과 복잡한 생각들을 나 스스로 매듭지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해가 뜨면 눈을 감고 해가 중천일 때 눈을 떠서 밥을 조금 씹다가 다시 눕는 일상이 반복됐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꿈꿨던 휘황찬란한 미래 계획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일의 시간에 신경 쓸 이유가 나에게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사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무기력은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질척한 구덩이였다.


그 구덩이 속에 똬리를 틀고 빠져나오기를 포기하자, 가끔씩은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살아는 있나, 생사를 가끔 확인하던 친구들도 더 이상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는 내 SNS와 기본 사진으로 몇 달을 버티고 있는 나에게 관심을 끊었다. 나를 제외한 이야깃거리들은 세상에 차고 넘쳤다.


단지 몇 달의 시간이었을 뿐인데 지옥행 직행 열차에 올라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밖에 나가지 않으니 신발을 신지 않았고,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않았으니. 절벽을 짚고 올라가려는 내 노력은 겉으로 절대 보이지 않는다. 산소가 들어가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가끔 화장실까지는 걸어가는. 그 동작 하나하나에 힘을 들여야 했다.


끊긴 관계의 실을 다시 잇기에는 아직 힘이 없다. 그래서 세수를 하고 허리를 편 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본다. 다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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