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담을 끝냈다. 몇 년을 지루하게 끌어온 무뎌진 기억들에서 그만 나오고 싶었다.
처음부터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그게 내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받았었다.
몰아치는 생각과 안 좋은 버릇에서 벗어날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어린 시절을 온전히 보낸 학교에서는 어른들이 어떻게 상처에 대처하는지 잘 가르치지 않았다.
국영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시험을 넘기는 정도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가장 힘들 때 내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에 귀 기울일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적게라도 모은 돈으로 찾아갔지만 처음엔 상담실에서 가지고 나온 방법들을 실천할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알아도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지 않는가. 나도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못했나 보다. 가르쳐줘도 못 먹는 한심한 인간으로 나 자신을 대했다.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라도 내편을 들어줬다면 좀 더 빨리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상담을 받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마법처럼 나를 뭍으로 끌어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도움을 받아도 우울과 절망, 무기력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던져버리려면 내 힘을 키워야 했다. 내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들과 위로들이 구명조끼가 되어 내 몸을 띄워 주면 내가 팔다리라도 허우적거려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남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 하던 내가 같이 울고, 내 좋은 면을 내 입으로 말해보며 조금씩 컸다.
마지막 상담은 잘 살아보겠다는 내 눈으로 끝났다. 상담 선생님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로 하기는 낯부끄러운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죽지 않고 내 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도 말하려고 했지만 완벽한 삶을 꾸려갈 자신은 없어서 문을 닫고 나왔다.
그게 지난봄쯤이었다. 날이 풀려가기 시작한 때.
상담을 자의로 그만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일상을 살아냈느냐, 또 그건 아니었다.
혼자 힘들어할, 작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든 선생님, 상담실과 또 켜켜이 쌓이고 쌓인 내 우울함을 보내주려고 노력했다.
보기만 해도 아픈 인연과의 이별처럼 우리 사이도 그렇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