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다가 나는 결제 주기인 4회기를 끝마치고 한 달을 쉬기로 했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시기이기도 했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돈이 없다는 말을 선생님 앞에서 할 수 없었다.
이미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 상태였고,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기 때문에.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생활에도 지장이 없을 정도이지만
내 마음은 밖에 나가 일 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나아지려는 필요성보다 상담을 포기하는 것을 더 쉬운 길로 선택한 결과였다.
그 여파는 엄청났다.
한 달의 유예기간은 핑계였다.
그때의 나는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고민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거짓을 꾸며냈다.
괜찮다고 웃어 보였고, 상담사가 나를 포기하기를 바랐으니까.
마지막 회기라 마음을 다잡고 간 상담실에서 선생님은 회기의 끝인 줄도 잘 모르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아닌가요?'
라 묻는 내 물음에 개인상담을 지속하거나, 관련된 집단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선택지로 추천했다.
이미 결정을 하고 온 나는 차마 나를 살리려는 사람 앞에서 죽으러 간다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조금 쉬겠다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