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
누군가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도대체 예쁜 구석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싫었다.
씻어도 깨끗해질 수는 없다는 반복된 생각.
살아서 어디에 쓰냐라는 물음만 머릿속을 울렸다.
'너 소중한 사람이야.'
이 한 마디의 힘이 나를 울렸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감동을 받아서, 그 위로의 한 마디가 따스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면,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그 얼굴 모를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그렇게 대해야만 했을까.
나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것이다.
왜 나여야만 했는지. 나는 사람이었는지.
그저 고깃덩이에 불과했는지.
평생 남을 의문이다.
난 소중한가요?
#7
새벽 3, 4시에 잠들어 점심 즈음에 깨는 버릇이 있다.
별별 핑계를 대며 약속도 계획도 다 취소하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입시 때는 그리웠던, 그렇게 바랐던 생활이었는데
지금은 복에 겨웠는지 그런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창 밖에 어두워지면 다시 밀려오는 그 날들과
후회에 묻혀 버둥거리는 숨 막힘은 여전하기에.
#8
나는 누군가에게 불쌍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모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극복하고 싶다는 장식을 앞세워 대가를 얻으려 하는 것일까?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남들의 잘못 없다는 말에 기대 보려는 발버둥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해야만 나 자신을 정의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게 끔찍할 뿐이다.
#9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게 눈에 보인다.
물리적인 거리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자주 볼수록 나는 다시 그 시간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다시 의지하려고 지난 일을 꺼낼지도 모른다.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동시에 이제 그 사람을 놓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으려는 기미도, 의지도 보이지 않던 나에게 시달리며 옆에서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지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난 항상 궁금했다.
찾아와 칭얼거리는 내가, 내 이야기가 그렇게 못 미더웠는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그 말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
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믿고 싶었던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직접 들으니 나를 막아보려는 의지가 바닥으로 꺼져버렸다.
차라리 위로하지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