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전에 서울상품권으로 사기당했습니다
상품권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은 좀 멍청한 거 아냐? 라고 생각하던 내가
그 멍청한 사람 중 한 명이 된 건 두 시간 전이었다.
아직 속이 쓰리고, 문드러지고
자괴감이 들고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데
정신줄 붙잡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나같은 사람 또 생길까봐...
이 글 읽고 계신 분들은 조심하시라고 글을 써본다.
발단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까페에 올라온 지역사랑상품권 판매글이었다.
본인이 산후조리원에서 쓰고 남은 90만원을 10프로 할인금액에 판다는 글이었다.
(설정도 디테일하다)
오랫동안 서울페이를 쓴 사람이라면 알 테지만,
원래 서울페이가 10프로 할인금액으로 팔다가, 요즘은 할인률이 낮아져서 7%대에 팔기 시작했다.
그나마 서울페이를 구매할 때도 판매하는 수량과 살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어서,
구매도 힘들고 한 번 사두면 모자르면 모자랐지 남지는 않았다.
아이가 태권도를 다니면서 태권도 학원까지 서울페이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자, 서울페이의 쓸모는 더욱 커졌다.
그러던 와중에 아파트 까페에 지역사랑상품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던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이고,
관리자가 승인을 해줘야 가입을 해주는 시스템인데다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가입이 그리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아이디에는 동과 호수 그리고 아이 이름까지 적혀있었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냥 믿었다.
너무나 순수해서 멍청하기 짝이 없게.
사기꾼은 아주 친절하고 재빠르게 답을 해주다가 돈을 입금하자 마자, 내 글을 읽지 않았다.
5분이 지나고 쎄한 기분에, 해당 호수로 인터폰을 해보았다.
"저희 아이 이름은 진희가 아닌데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지고,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백프로 사기구나.
나 돈 날렸구나.
맨처음엔 자괴감, 그리고 후에 분노가 따라왔다.
일단 남편에게 알리고, 112로 전화했다.
112에서 우리은행으로 연결을 해줬는데, 우리은행에서 이런 건으로는 계좌 지급 정지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다시 112로 전화해보니, 사기 범죄는 직접 경찰서를 방문해서 접수해야 한다고 했다.
전화를 받으시는 모든 분의 목소리가 너무 편안해서, 나는 자꾸 상대적으로 눈물이 났다.
누군가를 잡고 호소하고 싶은데, 내 멍청함을 호소할 수도 없고 뭘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인터넷으로 사이버범죄를 신고하는 사이트가 있길래,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ECRM) (police.go.kr))
접수를 했더니, 이건 임시접수밖에 안되고 2주 안에 경찰서를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남편이 더치트로 알아보니, 이미 김인태라는 사람에게 당한 사람이 많았다.
요즘 서울 상품권으로 사기치는 것이 수법인것 같았다.
9만원 아끼려다가 81만원을 잃었다.
남편은 날 위로하려고, 몇백만원 몇천만원 사기 당하는 사람도 많은데 수업료로 생각하자고 달래줬지만,
후우..
수업료치고 너무 비싸네.
허구한날 짠테크 한답시고 이것저것 아끼던 돈의 액수를 생각해보면, 너무 허무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 운동화나 비싼거로 사줄껄, 써니 좋아하는 양갈비나 사먹으러 나갈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솔직히 돈을 돌려받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사기꾼이 너무 너무 괘씸하고, 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정말 괴롭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고, 털어버려야겠다.
30분 뒤면 아이가 밝은 얼굴로 하원할 텐데, 난 아직 점심도 못먹었다.
(사람이 너무 짜증나면, 배도 안고프다)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예민해져야겠다.
아이가 하원하면 같이 경찰서에 가서 사기건을 접수해야겠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지.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