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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들셋아빠 Mar 03. 2022

우리 집 막내딸, 반려견 요미

우리 집은 아들만 셋이다. 그런데 세상 귀엽고 철없는 막내딸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우리 집 강아지 요미이다. 사실 셋째보다 더 빨리 태어나긴 했지만, 왠지 사람보다 서열이 높은 건 아니지 싶어 요미가 우리 집 막내를 하기로 했다.


요미를 입양한 건 코로나가 시작한 이후였다. 나는 예전부터 강아지를 좋아했었고, 애들이야 뭐 말이 필요할까. 와이프는 한번 키우면 10년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반대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아지를 키우는데 호의적으로 변하더니 강아지를 분양하는 곳에 가서 한번 강아지들도 보고 상담도 받아보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분명히 그곳에 가게 되면 무조건 강아지를 데리고 돌아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에 부푼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예쁜 강아지들을 직접 보고 빈손으로 돌아온 다는 건 아이들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아지 분양 샵에 도착하니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와이프는 견종을 티즈로 생각하고 있었다. 티즈가 털이 계속 자라는 종이라 그만큼 털도 거의 안 빠지고, 순한 편이라서 초심자들이 키우기에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애기 때도 이쁘고 성견이 돼도 이쁜 견종을 찾아본 것이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던 나는 와이프의 넓은 정보력에 새삼 놀랐다.


인형처럼 이쁜 애기 강아지들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자고 있었고, 조금 큰, 아마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 정도 됐을 법한 티즈 한 마리는 우리를 보고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고 날뛰고 있었다. 가게 사장님은 외국으로 입양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로 취소가 돼서 어쩔 수 없이 여기 남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오래 갇혀 있었던 만큼 사람이 그리웠던 건지 너무 우리를 반기는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애기 강아지들이 아무래도 더 이쁘긴 하지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어느 정도 자란 강아지가 초심자에게 괜찮을 수 있다는 사장님 말씀에 이 아이를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요미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처음에는 대소변을 못 가려서 고생했지만, 이제는 대소변도 잘 가리고 막내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산책을 시켜주고 2주에 한번 정도 목욕을 시켜주는 것, 사료랑 물 챙겨주고, 가끔 대소변 실수하면 뒤처리해주는 것 정도만 해주면 돼서, 어떻게 보면 우리 집 애들 중에 가장 손이 안 가는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가 둘째와 터울이 좀 있어서 요미와 함께 친하게 지내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셋째는 요미가 좋은지 보이면 가서 얼굴을 기대며 안기려고 할 때가 있는데, 밑에 깔린 덩치가 작은 요미는 기겁을 하면서 도망가 버리곤 한다. 그리고 셋째가 요미 귀를 잡 아다니고 손으로 여기저기 쥐어뜯을 때도 가끔 있는데, 요미는 성질 한번 못 내고 당하기만 했다. 요즘에는 이쁘게 쓰다듬는 법을 열심히 가르쳐서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셋째가 태어나서 요미에게 좋은 점도 있는데, 먹을 것을 많이 흘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시간만 되면 요미는 그 밑에서 상시 대기하며 평소에는 먹을 수 없는 다양한 별미들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한 번은 셋째가 요미의 간식 서랍을 털어줘서 배 터지게 간식을 먹은 날도 있었다.


무얼 보고 있는걸까..
재택근무중인데 책상 밑을 점령한 아이들
간식서랍을 털어준 셋째, 내심 고맙지만 티를 내지 않는 요미

요미가 우리 집에 오고 시간이 좀 지난 후, 우리 가족은 요미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수술을 해주는 게 요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힘든 수술을 꼭 시켜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미가 첫 생리를 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수술을 시켜주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중성화 수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결사반대를 하는 것이었다.


"요미 불쌍해. 수술은 아프잖아."

"요미 결혼도 시키고 아기도 낳게 할 거야"


요미 걱정도 되고, 예쁜 아기 강아지를 만나고 싶기도 한 건지, 아이들은 반대했다. 나는 아이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아빠도 해.. 중성화 수술.."

"?"


정관수술을 계획하고 있던 나의 발언에 와이프의 얼굴은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더니 피식피식 웃으며 맞장구를 처 주었다.


"그래, 아빠도 이제 아기 낳으면 안 돼서 중성화 수술할 거야. 아빠는 안 불쌍하니?"


"요미 안고 가서 같이 할 거야..."


더 이상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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