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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Eliot K Feb 10. 2021

나는 신경외과 의사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환자들)

인생은 왜 사는가 1

나는 신경외과 의사다.


신경외과가 무엇을 하는 과나면


신경외과는

뇌와 척추 및 신경과 연관된 모든 수술을 하는 과이다.


원래 신경외과는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거의

접할 기회가 딱히 없는 과라서

다들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과이다.


그 이유는

신경외과는 수업을 받는 시간도 되게 적고


신경외과 의사 수가 적어서 그런 건지

학생 때는

그렇게 큰 비중을 가지고 배우질 않아서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졸업을 하고

실제로 병원에 들어가 인턴 일을 하면서

신경외과라는 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나는

의과대학 학생 때부터


신경외과라는 과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우리 할아버지가

신경외과 의사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고


그리고

본과 4학년 때


신경외과 실습을 돌던 중


신경외과 환자를 한 명 보고 나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인데


이상운동증이라고 해서

파킨슨이 걸린 후


약을 오래 먹으면

그 부작용으로 인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몸이 춤을 추는 그런 질환에 걸리게 된다.


이상 운동증

이거는 치료를 할 수 있는 약이

없다고 봐도 되는데


학생 때

신경외과 실습 중에


약 대신

뇌에다가

철심을 박아서

전기를 흘려줬더니


몸이 춤을 안 추고 멀쩡 해지는 그런 수술을

받은 환자를 본 것이다.


이 환자는


전기 스위치를 끄면 다시 춤을 추고

전기 스위치를 켜면 춤을 멈추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


뇌에 박는 심


당시 이 환자를 보고

신기하다

신경외과에 미래가 있구나 라는 생각에


덜컥 인턴이 되자마자

저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신경외과가

이런 미래지향적인 수술만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신경외과 전공의가 되었는데..


처음에 신경외과에 합격하자

아직 전공의 1년 차가 되지도 않았는데


형들이

잠을 안 자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방에 불을 끄지 않고

자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당시에

우리 당직실은

2층 침대가 있어서


1층에는 2년 차 형이 자고


2층에 내가 배정을 받았는데


당직실 2층 침대는 이거와 비슷하게 생겼다

형들이 자는 동안 불을 못 끄게 하니까

2층 침대는

전등이 눈 바로 앞에 있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얼굴에 수술복을 덮고 잤다.


불을 못 끄게 하는 이유는


새벽에

응급 전화가 왔을 때

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불을 켜놓고 자야

잠을 깨기가 쉬우니까

그런 훈련을 시킨 것이다.


물론 그거도 한 반년 지나니까

불빛에 적응이 돼서


서서도 잘 자고

불을 켜놓고도 잘 자게 되었지만


지금은 좀 처우가 좋아져서

안 그러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살았었다.


신경외과 의사는


그럼

왜 잠을 잘 깨는 훈련을 하면서까지

응급 전화에 대해 대기를 해야 하는가 하면


신경외과로 오는 응급환자들은

주로 뇌출혈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뇌 안에 피가 가득 찬 모습

뇌출혈은

희한하게도

자는 동안에 많이 생기는데


꼭 자다가 생겨서 오면

의식을 잃고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정도로

위급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벽에

응급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고


또 수술이 끝나고도

중환자실에 누워 있으면서

몸이 워낙 취약한 상태라

수시로 숨을 잘 못 쉬는 등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1~2분마다

환자가 안 좋다고

전화가 오기도 하니


새벽을 꼴딱 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렇게 새벽을 새고 나면

다음날 일을 쉴 수가 있느냐?


그것도 요즘에는 처우가 개선되어

쉬게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예전에는 전혀 쉬지를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쉬면

나를 대체해 줄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신경외과는 사람 하나하나가

맡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한 사람이라도 펑크가 나면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늘어난 일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이 많았다.


하루에도 내 담당 환자가

몇 명씩 경련을 일으키고

생사를 오고 간다.


4층에 있는 환자가 위급하대서

환자를 보러 가고 있는데

4층에 가는 동안에

7층에 있는 환자도 위급하다고 전화가 오고

또 동시에 응급실에서도

위급한 환자가 왔다고 전화가 온다


이럴 땐 정말

누굴 먼저 구해야 할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물론 힘들다는 걸 알고

각오하고 갔지만

항상 얻어터지기 전에는 많은 계획을 가지고 간다고..


실제로 얻어터지면서

멘탈이 흔들려 갔다.


또 워낙 위급한 환자들을 다루다 보니

군기가 쌔서


맨날 고성이 오고 갔다


처음 100일은 100일 당직이라고 해서

집에도 100일 동안 못 가게 했는데


집에 가는 건 기대도 안 했지만

씻는 것도 참 힘들었다.


첫 주에 근무를 시작하자

내 담당 환자가 63명이 배정되었다.


그중 20명은 중환자실 환자였고

43명은 병동 환자였다.


중환자실이며 병동 처방이며

아예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는

멘탈이 나갔고


내가 일을 빠릿빠릿하게 못하니

더불어 나의 교육을 담당하던

나의 윗년차(선임) 형도

멘탈이 같이 나가 버렸다.


윗년차 형은 정말 무서운 형이었는데


매일 제대로 처방을 했는지

검사를 받기 위해 밤 10시에 형의 당직실로

들어가야 했다.


그때마다 오늘은 무슨 고성을 듣게 될지

두려움에 떨었다.


그렇게 3주째에

한 번은 윗년차(선임) 형이


내가 정신을 못 차리니

나의 처방권을 박탈해 버렸는데


내가 일도 지지리도 못하면서

그건 또 자존심이 상했는지


다음 날

처방권은 돌려달라고 하니


형이 웃으면서 그래라 하고 다시 처방권을 돌려줬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죽는 사람 보기는 참 힘든데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면

이틀에 한 명 꼴로 죽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만큼

뇌출혈이 와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은


죽는 경우가 많고


살더라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식물인간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의 담당 환자들은

반 정도는

말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이었다.



의식이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있으면

어떤 일을 당하는가 하면..


일단은

매일 아침 피가 뽑힌다.

그리고 많으면 하루에 4-5번씩 뽑히는 경우도 있고

목구멍에는 산소가 들어가는 호스가 꼽힌다.

코로도 관이 꼽혀

그 관을 통해 배를 채워줄 액체 영양액이  들어가고

생식기에도 관이 꼽혀있어

그 관을 통해 오줌이 나온다


배변은 시트지에 보면

간호사들이 치워준다.


하지만 의식이 없기 때문에

아프다 싫다 좋다

살고 싶다 죽고 싶다

말을 할 수는 없다.


앞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인생을 사는 이유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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