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틈으로 들려오는'웃음소리'는 나경을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 속으로 데려갔다.
동화 '별을 데려온 루나' 속 소녀는 악명 놓은 새엄마에게 도전하여, 깜깜한 마을에 해가 다시 뜨게 한 용감한 소녀이야기다. 분명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내용이었지만, 어린 나경은 이야기를 다 읽고 펑펑 울었다.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울었고, 나경을 위해 억지로 웃고 있는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울었다.
8살 때 읽은 동화였지만, 그 어린 마음이 생생히 기억나는 오늘이다.
루나가 도전했던 것처럼 나경도 서쪽산에 있는 달과 내기를 해서 별을 따와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엄마가 저렇게 슬픈 억지웃음소리를 내며,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묻힌 지긋지긋한 이 집에 별빛이라도 빌려 밝혔지 않았을까.
6살 때 아빠를 처음 만났고, 7살 때 엄마의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10살 11살 12살.... 나경은 언제나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망설였다. 별을 따기는커녕 별을 따러 떠나보지도 못했던 자신에게 또 화가 난다.
나경은 꼭 엄마를 닮았다.
순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집안에 어둠을 거둬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15년이 넘도록 컴컴한 밤이 끝나지 않을 줄을 몰랐다. 어둠이 내린 원망과 미움이 섞인 마법의 가루는 엉뚱하게도 엄마를 향해 반응했다.
'저 웃음소리는 나를 위해 만들어내는... 정말 가짜가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