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의 시간 (5)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반려견의 시간은 나의 것보다 빠르게 흘러가버려, 나는 루이를 떠나보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만으로도 괴로운 그 시간 속을 나는 결국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의 대부분을 불안과 걱정으로 적셨던 습관성 회의주의자답게, 나는 루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했다. 가장 좋아야 할 순간에도 저 끝에 기다리고 있을 이별의 시간이 두려웠다.
'이 보드라운 털의 감촉이.. 언젠가는 사무치게 그립겠지'
잠든 루이의 이마에 내 눈을 비비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고 울컥하거나,
'보호소에서 하루라도 더 빨리 이 아이를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왜 망설였을까'
하고 이미 지나버린 과거를 후회하곤 했다.
하지만 매 순간 루이의 부재를 상상하며 슬퍼했던 것은 아니다.
루이는 나에게 기쁘고, 즐겁고, 신나는 순간들을 더 많이 선물해 주었다.
루이가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이름 모를 풀들을 함께 들여다보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경이로움을 알게 되었다.
토닥토닥 등 만져주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던 루이는 사람손길을 즐기곤 했는데, 남편과 내가 아무리 주물럭거려도 자는 척 연기하던 능청스러운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슴이 벅찼다.
잠투정, 까까 투정, 산책 투정 부릴 때 자기 의사를 더 분명히 표현하려고 점점 더 신기한 소리를 터득해 칭얼거리는 루이가 기특하고 웃겨서 나와 남편은 하하하! 소리 내어 자주 웃었다.
아주 작은 '까까'소리에도 반색하며 용수철처럼 이불밖으로 뛰어나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꼬리로 표현하는 루이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 나는 자꾸만 장난을 쳐댔다.
나는 비록 염세적인 인간이지만 루이와 함께할 때 행복의 감정을 선명히 느끼곤 했다.
장난 걸고 싶어 들썩거리는 엉덩이과,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쉴 새 없이 표현하는 꼬리.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반짝이는 루이의 눈을 바라보던 그때.
'아, 더없이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예견된 이별을 감수하면서 우리 인간이 반려견을 기꺼이 품고 사랑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개는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타인을 책망하며 원한을 품거나,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회한으로 붙잡지도 않는다.
신기루 같은 먼 미래의 행복을 좇기 위해 현재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거짓으로 꾸며 잘난 체 하지도 않으며, 보이지 않는 신념에 열을 올리거나 자기 신념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공격하지도 않는다. 인간만이 그러할 뿐이다.
반려견은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오직 현재를 살며 지금 여기에서 기뻐한다.
온 힘을 다해, 충실하게 행복해한다!
루이와 함께하는 동안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이런 삶의 태도였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것!